이더인디아(ETHIndia) 2022 : 웹3 인프라의 파워하우스가 되어가는 인도 [2편]

이탁근 해시드이머전트 대표, 박종호 해시드 리서치 애널리스트 공동기고

11월 말, 방갈로르에서 10일 여간 열린 인도 블록체인 위크(India Blockchain Week)에 해시드(대표 김서준)와 해시드의 인도 투자조직 해시드 이머전트 멤버들이 함께하며 인도 암호화폐 시장의 열기를 몸소 느끼고 왔습니다. 이번 블록체인 위크의 하이라이트는 2천 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참여한 블록체인 해커톤 ETHIndia였습니다.
사진=Devfolio
ETHIndia에서 암호화폐 지갑 프로젝트, 탈중앙화 결제 시스템, 영지식(Zero-Knowledge) 기반 솔루션, NFT 인프라 프로젝트, 소셜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400여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전편에 이어 ETHIndia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블록체인 해커톤 트렌드의 현주소를 짚어봅니다.


영지식 증명 트렌드

영지식 증명의 트렌드, 아이덴티티 주권이 이끌었다

영지식 증명(ZKP: Zero-Knowledge Proof)은 요즘 블록체인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인 프라이버시와 확장성에 적합한 솔루션입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ZKP 상용화 관련 진전이 더딘 편이었으나 올해 들어 이더리움 레이어 2 스케일링 솔루션, 프라이버시 레이어 1 플랫폼 등을 통해 점차 구체화되는 중입니다.ETHIndia에서 등장한 ZKP 프로젝트는 미들웨어나 애플리케이션 레벨에서 적용 가능한 프로덕트가 주를 이뤘습니다. 익명으로 안전하게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Knowallet부터 개인정보에 대한 공개 여부를 유저가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hideme lol, 민감한 의료 정보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MeData와 프라이버시 기반 탈중앙 검색 프로토콜 Kleio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지식 증명 기반 프로젝트들이 데이터 주권과 개인 정보 보호 분야에서 잠재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영지식 증명을 통해 인터넷 기반 가상 조직의 미래를 상상하다

블록체인은 인터넷 기반 커뮤니티와 조직의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가상 조직의 이상을 완벽하게 구현하기에는 지금까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는 ZKP의 상용화는 본격적인 가상 조직의 시대를 열어가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해커톤을 통해 영지식 증명을 활용하여 채용 과정부터 성과 측정, 그리고 급여 지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했습니다.ZKJob과 ZK Lancers는 영지식 기술로 각각 웹3의 LinkedIn과 영지식 기술 기반의 탈중앙화 프리랜서 플랫폼을 구축하였고, SigmaZK는 영지식 증명을 활용해 업무 기여분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한편 zkPayroll과 Tsunami는 급여 시스템에 영지식 기술을 활용한 프라이버시 기능을 탑재한 프로젝트로, 고용주가 직원들의 급여와 복리후생을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NFT 트렌드

지속되는 내러티브: 깔끔한 UX와 NFT의 유틸리티에 대한 다양한 실험

유저 온보딩이 NFT 시장 성장의 열쇠가 됨에 따라 유저들에게 단순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특히 컨슈머 프로덕트를 겨냥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이제 유저 온보딩 흐름은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유사하거나 더 뛰어나게 설계하려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사용자경험 개선은 앞서 살펴본 지갑의 트렌드와 매우 관련이 깊습니다. Web3Auth와 같은 소셜 로그인과 SSO(Single Sign-On)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유저들이 새 계정을 만들지 않고 기존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게끔 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온램프와 오프램프 기능을 NFT 서비스와 엮는 일도 한창인데, 이를 통해 암호화폐에 익숙치 않은 유저들은 카드 등을 이용하여 기존 화폐로 NFT를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은 언급할 수도 없이 많은 프로젝트에서 나타났습니다.

NFT를 수집가치 그 이상의 유틸리티를 자산으로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도 여럿 있었습니다. Uzumeta, ZaPP, 그리고 MetaBorrow와 같은 NFT 대출 프로토콜은 유저가 자신의 유휴 NFT를 다른 유저에게 빌려줌으로써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해주고, OwnAd는 NFT를 빌보드로 활용하는 툴을 제공합니다.

이벤트 티켓, 로열티 프로그램… NFT의 사용처에 대한 재고

최근 들어 수집형 NFT와 게이밍 NFT를 벗어난 다른 분야에서도 NFT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번 해커톤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방안은 NFT를 오프라인 이벤트 티켓이나 고객 충성도의 촉매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EventX와 Nftfy는 오프라인 행사를 위해 슈퍼앱 제품을 고안하였고, TickEth는 티켓의 악의적인 스켈핑 활동을 막기 위해 티켓을 토큰화하여 관리하는 솔루션을 공개했습니다.

NFT는 또한 브랜드가 고객 충성도를 보상하고 참여도를 높이는 데에 기여하는 매개체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시로 스타벅스는 로열티 프로그램인 Odysseys는 사용자에게 NFT를 통해 각종 할인과 배타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ETHIndia의 Beyond Club 팀 또한 충성스러운 고객들에게 독점적인 보상, 이벤트 접근 및 기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NFT를 활용할 수 있는 노코드 로열티 프로그램을 공개했습니다.

Dynamic NFT, 다음 세대 NFT의 키워드가 될 수 있을까

현실 세계에서의 자산은 때에 따라 그 특성이나 성질이 바뀌기도 하지만, NFT는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dNFT(Dynamic NFT)는 NFT의 진화의 다음 키워드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dNFT는 외부 이벤트와 데이터에 대응하여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스마트 컨트랙트가 이러한 변경사항을 관리합니다. dNFT는 ERC-1155 토큰 표준을 사용하여 이더리움에 구축되어 있으며, 다른 블록체인에서도 유사한 토큰이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dNFT는 실물자산 토큰화, 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활용 사례에 걸쳐 사용될 수 있습니다. ETHIndia 해커톤에서도 스포츠 대회 중심의 프레딕션 마켓 PredictNow, 크로스체인 게임 MultiMon, 구독 멤버십 플랫폼 Web3TV과 로열티 프로그램 Crown Collectibles에 이르기까지 많은 프로젝트들이 dNFT를 활용한 프로덕트를 런칭했습니다. dNFT의 도입은 NFT의 세계에 새로운 유틸리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모릅니다.


소셜 트렌드

주류로 굳건히 자리잡기 시작한 소셜 프로토콜

지금까지 출시된 주요 블록체인 소셜 플랫폼들은 데이터 침해, 여론 조작, 허위 정보 유포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조악한 사용자 경험 등으로 인해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러나 그간 탈중앙화 금융, NFT 등의 해커톤 수상 프로젝트 증가 추세가 해당 섹터의 마켓 성장보다 선행한 기록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탈중앙 소셜 프로젝트들이 해커톤에서 최근 1년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합니다.

다수의 ETHIndia 소셜 프로젝트들이 이용한 렌즈 프로토콜의 소셜 그래프는 NFT를 사용하여 소셜 미디어의 기능을 강화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렌즈 프로토콜에서 유저 프로필, 팔로워, 게시물, 댓글, 공유, 좋아요 등은 모두 플랫폼에서 NFT로 표현되며 유저가 소유하게 됩니다. 이번 해커톤에서는 렌즈 위에서 구동되는 틱톡 LensTok, 개인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에게 투자할 수 있는 CreatorsLane, 렌즈의 소셜 그래프를 통해 저장된 유저 데이터를 보다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Lens Dashboard 등이 수상을 했습니다.

물론 소셜 섹터 중에서는 렌즈 생태계 밖의 프로젝트도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언론의 자유를 타겟팅한 프로젝트들이었는데, Liria, DaCRJ와 같이 영지식 증명을 통해 검열 저항성을 가진 저널리즘을 위한 팀들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ETHIndia 2022, 그리고 해시드 이머전트 이니셔티브

사진=Devfolio
인도 블록체인 위크와 ETHIndia는 인도의 크립토 마니아와 개발자들의 상상 이상으로 뜨거운 열기를 체감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잠재력을 바로알게 되었습니다. 인도는 지금까지 SI 비즈니스로 대표되는 아웃소싱에 강한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이번 행사를 통해 인도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웹3 인프라 강국이 되는 미래를 그려보았습니다.

또한 해시드 이머전트 설립을 통해 인도의 Web3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이니셔티브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도의 젊은 인구는 블록체인 기술의 수요와 공급 모두에 확실한 우위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또한 이제 막 첨단 인프라를 도입하기 시작한 인도에서 블록체인은 중요한 기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인프라에 강점을 둔 인도의 Web3 산업이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등 컨텐츠와 IP 기반 어플리케이션에 강점을 가진 한국의 Web3 산업과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가 크게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상상도 하게 되었습니다.해시드 이머전트는 해시드가 2021년말 설립한 인도 및 신흥시장 스타트업 투자 전담 조직으로 싱가포르, 방갈로르, 두바이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2022년 싱가포르에 초기 펀드를 결성하여 지금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20여개 이상의 극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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