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새해 무기대결…바이든 장갑차vs푸틴 극초음속 미사일

호주·프랑스·미국도 장갑차 지원 청신호…러시아는 해상 시험발사
젤렌스키, 마크롱에 "고맙다 친구!" 트윗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1개월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서방 측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와 군사 대국 러시아 사이의 무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호주에 이어 프랑스와 미국으로부터도 장갑차를 지원받아 반격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서방측은 본격적 전차(탱크)를 지원해 달라는 우크라이나 측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측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은 호위함을 바다에 띄워 무력 역량 시위에 나섰다. 미국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켄터키주(州)를 방문했을 때 "브래들리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29일 나온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맞는다고 확인한 것이다.

보병 수송 등에 사용되는 브래들리 장갑차는 25mm 기관포와 토(TOW) 대전차 미사일 등을 장착하고 있어 경량 전차(light tank)와 맞먹는 전투역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원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의 지상전 역량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악관에서 국방예산 분석 업무를 한 경력이 있는 분석가 마크 캔시언은 블룸버그통신에 "이전에 제공된 수송용 장갑차 M113s와 달리 브래들리는 사실상 경량 전차"라며 "일부는 구형이고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브래들리는 미국 내 재고가 많아서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장갑차를 지원받는 데 만족하지 않고 미국제 M1 에이브럼스 전차나 독일제 레오파드 전차 등 본격적 전차를 지원해 달라고 미국 등 서방 측에 요구해 왔으나, 지금 단계에서는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프랑스산 전투용 장갑차 AMX-10 RC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와 텔레그램에 "고맙다 친구! 당신의 리더십 덕택에 우리의 승리가 더욱 가까워졌다"라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감사하는 뜻을 전하는 글을 올렸다.

마크롱과 젤렌스키는 이 장갑차를 '경량 전차'(light tank)라고 불렀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전차'가 아니라 '장갑차'라는 표현이 맞는다고 지적했다.

무한궤도가 아니라 바퀴로 움직이며, 중무장을 갖추긴 했으나 전차보다는 가볍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 정상 간 통화가 끝난 후 "이 기종이 나온지 오래되긴 했지만 성능이 우수하고 기동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랑스 육군이 1980년대부터 사용한 AMX-10 RC를 얼마나 많이, 또 언제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인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방이 설계한 전차를 우크라이나군에 보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미 작년 10월 이전부터 호주로부터 부시매스터 장갑차 90대를 지원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저녁 소셜 미디어와 홈페이지 등으로도 공개된 대국민 영상 연설에서 AMC-10 RC를 "바퀴로 움직이는 전차(wheeled tank)"라고 표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랑스가 이를 지원키로 한 것은) 우리의 다른 모든 파트너들에게 보내는 명확한 신호다.

우크라이나가 아직도 서방식 전차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던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의 안전과 모든 유럽인들의 평화를 회복하는 데에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젤렌스키가 프랑스제 AMC-10RC 지원을 '전차 지원'으로 해석한다고 강조한 동기는 미국 등 다른 국가들에게 본격적 전차 지원을 요구하는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잇따라 서방측 지원으로 무기를 보강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러시아는 신무기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은 호위함을 바다에 띄우며 무력 과시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화상 회의를 통해 "최신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인 '치르콘'을 탑재한 호위함이 대서양에서 항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은 "함선에 실린 치르콘은 해상 기반 시스템이며 대서양에서부터 인도양, 지중해로 호위함이 항해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했다.

러시아군이 대서양으로 호위함을 진출시킨 것은 해상 훈련을 명목으로 삼아 신무기 시스템을 점검하고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점령지 내 임시 숙소에 있던 다수의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습을 받고 폭사한 사건을 두고 여론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치르콘은 최대 사거리 1천㎞가 넘으며 순항 속도는 마하 8에 달하는 최신 무기로, 탐지와 방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치르콘 시험 발사를 완료한 뒤 해군에 이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작년 12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식 선제타격' 개념까지 거론하며 신무기 실전 운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위협성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선제타격이란 지휘 시설 파괴를 의도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 시스템은 미국보다 더 현대적이고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