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싹 없앴다…CES 수놓은 '뺄셈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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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33차원(3D) 안경이 필요 없는 3D 노트북, 건전지가 필요 없는 리모컨, 선 없는 TV….
한경·KAIST 특별취재
LG전자, 시그니처 올레드 TV
전원 제외하고 모든 선 없애
3D안경 필요없는 3D노트북
건전지 없는 리모컨도 '눈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의 키워드는 ‘뺄셈’이었다. 행사에 참가한 업체들은 기업이 그간 ‘필수 요소’로 여기던 부분을 과감하게 빼는 기술을 잇달아 선보였다. 대만의 전자기기 업체 에이수스는 4일(현지시간) 가상공간 콘퍼런스에서 3D 안경을 쓰지 않아도 화면 밖으로 사물이 튀어나온 듯이 보이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담은 노트북을 공개했다. 세계 최초로 3D 안경 없이 3D를 구현하는 OLED 디스플레이 기술(에이수스 스페이셜 비전)을 개발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노트북에 내장한 카메라가 사용자 눈의 움직임을 따라다니면서 3D화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화면 속 공룡이나 꿀벌이 사용자의 시야에 맞춰 다른 각도로 보인다는 뜻이다. 실시간으로 화면 속 사물의 각도가 바뀌기 때문에 화면이 바깥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느껴진다. 에이수스 측은 “콘텐츠 제작자나 게이머들이 3D 사진, 비디오, 게임을 볼 때 안경이나 헤드셋을 쓰지 않고도 3D 작품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금까지 나온 올레드 모델 중 가장 큰 97형(대각선 길이 약 245㎝) ‘LG 시그니처 올레드 M’ TV에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을 없애는 무선화를 시도했다. 세계 최초로 4K 해상도, 120헤르츠(㎐) 규격의 영상 전송을 지원하는 무선 솔루션을 적용한 이 제품은 TV 본체와 콘솔 기기, 사운드 바 등 다양한 주변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제로 커넥트’ 박스로 구성됐다. 전원 선과 제로 커넥트 박스만 있으면 다른 선이 필요 없다. LG전자는 TV 네 대를 나란히 연결한 뒤 공중에 와이어로 매달아 선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트북서 터치패드 사라져…헬스케어 기기도 소형화
LG전자가 지난 3일 미디어데이에서 내놓은 새 그램 노트북은 터치패드를 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키패드 아래쪽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사용자가 건드리면 터치패드의 경계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두 개의 밝은 선이 표시된다. 셜린 로 엔가젯 기자는 “손으로 건드렸을 때 터치패드 부위와 아닌 부위의 경계를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소형 기기의 전원에서 건전지를 빼는 기술도 등장했다. 스웨덴 스타트업 익제거는 실내 전등 불빛만으로도 충전이 되는 플라스틱 패널 ‘파워포일’을 사용해 건전지 없는 리모컨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가 만든 파워 포일은 통상 유리 소재로 마감하는 일반 태양광 패널과 달리 플라스틱으로 제작해 리모컨, 헤드셋처럼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색깔을 입히거나 브랜드 로고를 새기는 것도 가능하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웨어러블 기기의 소형화 경향이 두드러졌다. 미국 제약사 애보트는 부정맥 등을 치료하기 위한 심박조율기(페이스메이커)에 통상적으로 사용되던 절연 전선(lead)을 없애 기기 크기를 대폭 줄인 제품 ‘어베어(Aveir)’를 선보여 혁신상을 받았다. 새로 나온 제품은 AAA 건전지(4.4㎝)보다 작은 3.8㎝에 불과하다.박용철 KAIST 교수는 “기존에는 ‘기본값’으로 여겨지던 부분이 없어지고 기능에는 차이가 없거나 더 좋아진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한경 CES 특별취재단
한국경제신문=박준동 편집국 부국장,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 강영연 김익환 김일규 김종우 남정민 노유정 민경진 박종필 배정철 빈난새 이상은 이승우 이주현 정지은 최예린 허문찬 허세민 기자, 서기열 실리콘밸리특파원, 정소람 뉴욕특파원 한국경제TV=양현주 정재홍 기자, 정연국 최세규 PD 한경닷컴=조아라 기자 한경디지털랩=이지현 PD
라스베이거스=CES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