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전 가린 세탁함 때문에…" 런드리고, 소방·주택법 위반 논란

"세탁함 공용공간에 놓여 있어"
소화전 가리고 통행 불편" 민원
공무원들, 행정지도 나서는 사례 급증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에 사는 김모씨(33)는 1년 넘게 사용해온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돌연 해지했다. 강남구청과 강남소방서에서 연이어 찾아와 런드리고 세탁물을 넣어두는 이동형 세탁함 ‘런드렛’을 문 앞에 둬 소화전을 가리는 게 ‘소방법과 공동주택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철거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김씨는 “다른 집도 쓰고 있는데 우리 집만 단속하는 게 불만이긴 했지만 위법일 수 있다는 말에 해지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6일 말했다.

서울 소재 한 주택 앞에 런드렛이 놓여져 있다.
세탁업계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 후보로 꼽히는 런드리고가 때 아닌 소방·주택법 위반 논란에 직면했다. 런드리고를 이용하는 주요 수단인 세탁함이 공용공간에 놓여 있어 소화전을 가리고 통행 등을 불편하게 한다는 이웃들의 민원이 빗발침에 따라 공무원들이 행정지도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런드리고는 밤 11시 전 세탁물을 런드렛에 넣은 후 모바일로 세탁을 신청하면 밤 11시쯤 수거해 다음날 새벽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2019년 3월 출범 이래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에 올라타며 급성장했다. 작년 말 기준 누적 회원은 44만 가구, 누적 세탁량은 1100만 건에 달한다. 지난 11월 기업가치 4000억원을 인정 받으며 사모펀드(PEF) 운용사 H&Q 등으로부터 49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도 유치했다. 아워홈의 국내 호텔세탁사업 '크린누리'를 인수하고 스마트 무인 세탁소 런드리24를 선보이등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승승장구해 온 런드리고가 소방·주택법 논란에 직면한 것은 사용자가 제때 런드렛을 집 안에 들여놓지 않거나, 너무 일찍 내놓아 소화전을 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강남소방서 관계자는 “복도는 공용공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세탁함뿐 아니라 자전거, 화분 등 소화전을 가릴 수 있는 무엇 하나도 있어선 안 된다”며 “밤에 화재가 나면 전기가 끊겨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신속하고 안전한 대피 및 화재 진압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 단속은 힘들지만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을 반드시 확인하는데, 관련 민원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런드리고 홈페이지 등에는 이런 내용에 대한 안내가 없다.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소방법은 복도 등 공용공간에 일체의 물건을 둘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아파트마다 관리규약을 별도로 정하도록 위임하기 때문에 공용공간에 물품을 두기 위해선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주민들 동의를 얻어 규약에 담아야 한다는 게 강남구청 측 설명이다.
런드리고 군포 공장 전경. 런드리고 제공
이에 대해 런드리고 운영사 의식주컴퍼니 측은 "고객들의 런드렛 보관 안내를 강화하고, 평소 보관이 용이한 접이식 런드렛을 1분기 내 배포해 이용자 편의와 안전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