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원로들 "로켓 조직개편 필요해…더 젊어져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로켓)본부 보직자들이 조직 개편에 항의하며 잇따라 사퇴한 가운데 전임 원장 6명이 이례적으로 단체 성명을 발표했다. 항우연 전임 원장들은 “조직 개편이 필요하고 더 젊은 연구자들이 책임있는 보직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5일 홍재학(2·3대) 장근호(4대) 채연석(6대) 이주진(8대) 김승조(9대) 임철호(11대) 전임원장은 “일부 연구자들이 조직 개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조직 내부 논란을 언론까지 끌고 와 국민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새로운 발사체, 달 착륙선, 다양한 차세대 위성개발 등을 통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4차 우주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은 치열하게 전개되는 세계 발사체 개발 경쟁에서 어떤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향상된 로켓을 개발할 것인가로 열띤 내부 논의를 해야 할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전임 원장들은 항우연의 미래를 위해 “전체 연구개발조직의 여러 책임자에 젊은 연구원을 더 많이 기용할 것”을 건의했다. 이들은 “젊은 연구원은 최신 발사체나 인공위성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최신 정보통신 기술 등을 적용하는 데 보다 더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며 “전 세계 연구 동향에 밝아 최신 경향 기술을 접목한 도전적인 연구 목표를 잡고 매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젊은 연구원이 앞장서서 주역이 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세대로의 인적 개혁이 현재 문제를 가라앉히면서 대한민국을 우주 강국으로 만드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항우연 원장들의 공동성명은 최근 조직개편으로 ‘수족이 잘렸다’며 반발하는 발사체본부 보직자들에게 주장을 굽히고 이상율 항우연 원장의 개편안을 따르라고 사실상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항우연은 지난달 12일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하고 그 아래에 누리호 3∼6차 발사를 맡을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과 100t급 액체연료 로켓엔진 등을 개발하는 ‘차세대발사체사업단’ 그리고 ‘소형발사체 연구부’ 등을 두는 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누리호 개발 임무를 마무리한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계약한 올해 6월까지 본부장 1명과 행정요원 5명만 남아 존속한 뒤 해산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고정환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이 사실상 해체돼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어 사업본부 내 부장 5명이 사퇴했고, 누리호를 쏘아 올린 나로우주센터의 옥호남 센터장도 보직 사퇴서를 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