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논술길잡이] 언제나 발문에 집중하고 답의 이유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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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지난 시간 문제였던 아주대 2021학년도 수시 기출문제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생글생글 2022년 12월 19일자 16면 참조). 1번 문제는 비교 문제입니다. 비교는 대상 간 공통점이나 차이점 등에 대해 분석하고 사고하는 유형입니다. 1-1 문제는 ‘목표를 달성하는 상반된 방법’에 대해 비교하라고 하였으므로, 우선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언제나 발문에 집중하고, 답을 찾은 이유에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아주대학교 인문논술 해제
(가)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지문에 명시된 대로 ‘적대적 경쟁’임을 바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글을 읽으며 극장의 비유를 통해 적대적 경쟁의 형성 과정과 폐해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서로서로 영화를 더 잘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고 결국 모두가 일어서서 영화를 보는 우스꽝스러운 사회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왜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경쟁 형태가 발생하고 있었나요? 제시문을 읽으며 논리적으로 생각해 봅시다.첫째는 자기의 이익만을 배타적(타자를 배제함)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그 순간에 바로 앞줄 사람들에게 “좀 앉으시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혹시 결례가 되거나 보복을 당할까봐, 그리고 짜증도 나고 귀찮기도 해서 자기도 그냥 일어서 버렸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질서나 공정성을 바로 세우려는 자기 희생적 면모나 적극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용기 있게 나서서 말하거나 스스로 움직이면서 같이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심정이 일부 공감됩니다. 우리는 이 같은 모습을 현실에서 쉽게 목도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결국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영화관 상황이 펼쳐지곤 합니다. 이는 (가) 제시문에서 지적하듯 ‘참된 인간성’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 제시문(이성부 시인의 ‘벼’)에서는 상반된 방법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나)는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을 그립니다. 이것이 각자의 삶에서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영화관에서의 편안한 삶과 달리 오히려 (나)의 삶은 더 열악합니다. ‘따가운 햇살’이라는 적대적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벼들은 서로의 몸을 묶어 연대하고 각자의 서러움을 삭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희생적, 실천적 태도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소리 없이 떠나’가거나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서 그들의 힘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쯤 되어 (가)와 대조해 보니 여러 면에서 구체적인 대비점이 보입니다. 특히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경쟁과 조화(혹은 연대)에 임하는 구성원들의 태도 차이와 그 결과가 두드러지게 상반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답안을 작성한다면 아래와 같이 기술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 1-1] (가)와 (나)는 목표를 달성하는 상반된 방법을 보여준다. 두 가지 방법을 비교하시오. 글의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400(±100)자로 할 것. (25점)
[답안 사례 1] (가)에서 제시된 목표 달성 방법은 적대적 경쟁이다. 적대적 경쟁은 오롯이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동기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올바름을 지적하거나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태도를 바탕에 둔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극장에서 일어나 의자 위에 올라가듯 ‘나 혼자만’ 잘살겠다고 행복을 다짐하지만 결국 행복의 목적 달성에 실패하고 만다. 이는 경쟁이 목적 달성의 효과적 방법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반면 (나)에서 제시된 목표 달성 방법은 협력으로, (가)의 방법과 상반된다. (나)에서 벼는 따가운 햇살이라는 적대적 환경 속에서도 오히려 서로 의존하고 힘을 주어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려 한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지듯 연대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는 서러움과 노여움을 삭히고, 소리없이 떠나가듯 희생적 태도를 갖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는 (가)의 적대적 경쟁에서 사람들이 자기 이익만 취한 모습과 다르다. 이를 통해 ‘넉넉한 힘’을 갖고 적대적 환경에서 강인하게 살아남는 목표 달성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답안 사례 2] (가)는 적대적 경쟁의 방법을 예시한다. 모두 앉아서 영화를 보면 비록 앞사람에게 화면 일부가 가릴지라도 모든 사람이 충분히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 중 한 사람이 ‘나 혼자만’ 잘살겠다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의자 위에 올라가면 모든 사람이 경쟁적으로 동조하게 되고, 결국 영화를 본다는 목표를 어느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다.
반면 (나)는 협동의 방법을 보여준다. 벼로 비유된 사회 구성원들은 서로 어우러지고, 서로에게 기대어 힘이 돼준다. 그들은 협동함으로써 외부의 억압이나 고난이라는 공동의 적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 벼 한 포기가 개별적으로 그러한 시련을 마주했을 때는 쉽게 쓰러졌겠지만 서로 의지함으로써 고난을 견뎌냈다. 결국 타인과 협력하고 돕는 일은 나 자신의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세 개의 요구사항을 포함합니다. 지역주의 투표에 대한 주장 차이를 정리하고, 공통점, 타당성 평가 등에 대해 연속으로 기술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400자 안에 써야 하므로, 간결하고 명료하게 답안을 구상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 기출에서 2번 문항은 계산적 사고를 요구하며, 인문학적 주제 문항인 1번에 비해 사회과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수학 답안처럼 구체적이고 분석적인 답안을 작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우선 (가)와 (나)의 주장 차이는 분명합니다. (가)는 지역주의의 심화를 주장했으나 (나)에서는 지역주의가 심화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지역주의와 이념적 요소에 대한 구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의 표를 분석하면 영호남의 이념적 구성 차이와 차별적 지지의 비율이 상이합니다. 21대 총선 당시 영남에서는 19대 대선보다 지역주의 투표가 증가했습니다. 이는 전체 평균보다 높습니다. 따라서 민주당 득표율의 증가를 원인으로 해석한 (나)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학교 측 발표 답안을 읽어봅시다.
[문제2-1] ① (가)와 (나)가 지역주의 투표에 대해 주장하는 바에 대한 차이점을 기술하고, ② (가)와 (나)가 지역주의 투표를 바라보는 시각의 공통점이 무엇인가를 (다)를 통해 기술하시오. ③ <표>의 자료를 근거로, 21대 총선 당시 영남에서의 지역주의가 심화되지 않았다는 (나)의 주장의 타당성을 평가하시오. 글의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400(±100)자로 할 것. (25점)① (가)에서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각 호남과 영남에서 얻은 차별적 지지를 근거로 21대 총선에서 영호남에서 지역주의가 심화되었다는 주장을 제기하였으나, (나)에서는 민주당이 영남에서 얻은 득표율을 19대 총선과 비교하여 지역주의가 심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② 그러나 (가)와 (나)는 지역주의 투표에서 지역주의적인 요소와 이념적 요소를 구분하지 않고, 두 지역민들이 자신의 지역 정당에 보낸 차별적 지지를 지역주의 투표로 본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③ 21대 총선 당시 영남에서의 지역주의 투표 정도는 19대 대선 당시보다 증가하였고, 전체 기간의 지역주의 투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영남에서의 민주당 득표율이 약간 더 증가했기 때문에 지역주의가 심화되지 않았다는 (나)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