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또 정치적 발언…"매카시가 하원의장 돼야" 트윗 올려

머스크 "매카시가 하원의장 돼야"
매카시-머스크, 오랜 친분 과시
하원에서 11차례 투표했지만 의장 선출 불발
미국 하원이 사흘 연속 의장 선출에 또 실패한 가운데 테슬라와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5일(현지시간) 정치 현안을 공론화하며 논란이 일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케빈 매카시가 하원의장이 돼야 한다”고 썼다. 공화당의 매카시 원내대표가 당내 강경파 반란표로 인해 하원의장 선거에서 과반(218표)을 득표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의회 바깥에서 매카시를 지원하려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매카시의 오랜 지지자로 지난 20년 동안 다른 어떤 정치인보다 많은 정치자금을 매카시의 선거위원회에 기부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도 머스크가 자신의 ‘친구’라고 밝히며 “머스크는 자유를 믿고 미국의 성공 스토리를 보여주는 기업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탐사업체 스페이스X가 미 국방부와의 수주 경쟁에 들어갈 때 스페이스X를 지원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머스크가 다시 한번 자신의 SNS를 활용해 미국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고 오랜 친구를 지지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에서 1억 2460만 명 팔로어를 지닌 머스크는 작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을 찍으라는 트윗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일에는 트위터가 3년간 유지해 온 정치광고 금지 정책을 완화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행보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머스크 CEO는 2013년 정치적인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지 않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적 발언을 하면 발을 (총으로) 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매카시 지지 표명을 하자 트위터 내에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머적머(머스크의 적은 머스크)’라는 조롱글이 나돌 정도다. 머스크는 “몇몇 습관은 바꾸기 어렵다. 방탄 신발을 신어야겠다”고 맞받아쳤다.

머스크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미 하원에선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사흘간 하원의장 선거 11차례를 치렀으나 의장을 선출하는 데 실패해서다. 10회 이상 선거를 치르고 의장을 뽑지 못한 건 164년 만에 처음이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별도 후보인 바이런 도널드 의원을 앞세워 조 바이든 정부에 대한 고강도 견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222석)이 됐지만 20여표가 이탈해 과반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11차 표결에서도 의장을 결정하지 못하자 하원은 정회를 결정했고 6일 정오에 본회의를 속개해 투표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