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에 건설株 반등했지만…여전히 불안한 이유

정책 발표 후 건설주들 일제히 반등

전문가 "고금리 유지되면 주택 시장 반등 어려워"
건설 업황 전망도 부정적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자 '바닥'에 머무르던 건설주들이 반등했다. 하지만 고금리 문제, 건설 업황 부진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단기적 상승에 불과하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건설 지수는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발표된 후 3거래일(4~6일) 동안 6.26% 올랐다. 정책 발표 전 지수는 지난 1년간(2022년 1월 3일~2023년 1월 2일) 22.84%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한 셈이다.개별 종목으로 봤을 때도 상승세는 뚜렷했다. 6일 마감가를 기준으로 대우건설은 370원(8.98%) 급등한 4490원을 기록했고, GS건설(8.43%), DL이앤씨(6.5%), 현대건설(5.32%), HDC현대산업개발(3.45%)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들 종목은 지난 3일 장중 일제히 52주 신저가까지 밀렸지만, 3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쏟아졌지만...높은 금리는 '리스크'

지난 3일 정부는 올해 업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쏟아냈다. 서울 용산과 강남 3구를 제외한 모든 규제 지역을 전면 해제했다. 수도권에서 기존 10년이던 규제지역 전매제한 기한도 3년으로 축소했다. 1인당 5억원으로 규제하던 중도금 대출 한도도 폐지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제도가 잇따르고 있고, 기대감으로 건설주들도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건설주 주가 전망은 밝지 않다. 고금리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인하되기 전까진 주택 업종을 피하는 것이 좋다"며 건설 업종에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앞선 사례를 보면 금리가 내려갔을 때, 미분양이 줄어드는 효과로 착공이 증가했다"며 "미분양 증가세가 지속되면 해당 건설사가 책임준공을 위한 현금 여력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준공은 사업 시행 주체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해도 건설사가 의무적으로 공사 기간 안에 준공하겠다고 약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책'도 단기적인 상승 동력(모멘텀)에 불과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국토부에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 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재원도 충분하다"면서도 "고금리 환경에서 가계의 주택 수요 반등을 끌어내는데 상당 시간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 방안에 대해 "주택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 건설사의 단기 반등 요소로 충분하나, 장기 추세를 만들어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개별 종목의 리스크를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다. 김세련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대구지역에 2000여 가구 수준의 미분양이 정체돼있다"며 "해당 물량 소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산연 "올해 건설 수주 증가율 5년만 하락 전환할 것"

주택 시장뿐 아니라 건설 경기 자체가 나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올해 국내 연간 건설수주액을 전년 대비 7.5% 감소한 206조8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건산연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악재가 겹쳐 올해 건설 시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한 건설 수주가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최근 개최한 세미나에서 건설산업에 대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해 단기간 내 회복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신평은 "분양 경기 저하로 사업장이 부실해지면 공사비 및 사업비 회수 불확실성도 늘어난다"며 "건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물류 공급 차질 등 수익 구조가 악화하거나 공사 시간이 늦춰질 리스크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문제도 꺼지지 않은 불씨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중 만기가 도래는 PF-ABCP 규모는 약 17조원(유동화사채 포함)이다. 2월에는 10조원, 3월에는 5조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올해 총 15조원의 보증을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당분간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는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PF 사업장에 대한 보증 확대는 이번 정책은 건설사 및 연관 금융회사들의 손실흡수력을 높이는 장치로서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