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대표, 보수는 나경원이라는데…전체 1등은 왜 유승민?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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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 국한하면 나경원·안철수·김기현 순3월 8일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신년에 관련 여론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누가 당권을 움켜쥐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 조사에서 전 응답자 기준으로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등을, 보수층에서는 출마 의사를 보이는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등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로 하면 유승민이 각종 조사서 1위
"정치·경제적 상황 속 부동·진보층에 어필"
전체 1등은 유승민…보수층 1등은 나경원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 선호도 조사(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 KOPRA, 넥스트리서치)에서 1위는 유 전 의원이 차지했다.대표적으로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에게 물은 결과, 유 전 의원 24.8%, 안철수 의원 12.0%, 나 부위원장 10.0%, 김기현 의원 4.1% 순으로 나타났다.유 전 의원이 전체 1위를 차지한 데에는 정치·경제적 분위기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최근 들어 정치권 지지율 판을 흔들고 있는 것은 중도층 혹은 부동층이다. 한국갤럽은 1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6월 이후 정당 지지도 변동은 주로 성향 중도층에서 비롯한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 추이들을 보면 부동층이나 진보층에서도 실용적 가치에 비중을 두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그들에게 유 전 의원이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인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다.실제 지난달 30일 유 전 의원이 1위를 차지한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58.3%와 지지 정당이 없는 응답자 41.2%가 그를 꼽았다.
유 전 의원도 지난 2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받는 보수층 지지를 보완하는 당 대표는 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 말만 잘 듣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 대표가 되면 국민들의 대통령 지지에 플러스 알파가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올해 경제 위기가 고조되면서 13년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일한 경제 전문가 경력을 염두에 둔 지지가 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6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정 우선 과제로 '경제회복/활성화'를 꼽은 응답자 비율이 35%로 가장 높았다. 2위인 '부동산 문제 해결'(11%), 3위 '국방/안보'(10%)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뚜껑 열어봐야 안다"
국민의힘 지지층인 보수층으로만 놓고 보면 나 부위원장이 각종 조사에서 20%~30%대 중반을 기록하며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전당대회 경선 룰(규칙)을 기존 당원투표 70%, 국민여론조사 30% 비중에서 당원투표 100%로 변경한 바 있다. 현재 보수층 지지만 놓고 보면 나 부위원장이 유리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나 부위원장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원내 대표 경험도 있고 그간 정치적 경험이 많다"면서 "또 보수 정당이 가지는 다소 꽉 막힌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이미지도 가진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결국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전대 룰 변경이 사실상 '유승민 방지법' 아니냐는 일부 주장은 두고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을 변경한 것이 이번만도 아니고, 이번엔 오히려 시간을 굉장히 많이 두고 바꾼 편"이라면서 "또한 젊은층 당원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 등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유 의원에게 불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특히 유 전 의원의 경우, 그가 어떻게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반응하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가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윤 대통령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면서 최근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당 대표가 그냥 윤 대통령의 노예, 하인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 국민들께서 그런 당 대표와 당을 보고 얼마나 비웃겠느냐"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 전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실시한 보수층 조사에서 그는 13.6%로 당권주자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 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는 6.9%를 기록해 5위로 밀려났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