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도 안 믿긴다"…삼성 영업익 70% 급감, LG는 10분의 1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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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 6일 4분기 실적 발표
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8년만에 4조원대 '추락'
LG전자 4분기 영업익은 전년 대비 90% 줄었다
"경기침체, 향후 기업실적 지표…공포심까지 들어"

실적이 안 좋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영업익 '반토막' 수준을 예상했던 시장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전자업계는 물론 한국 경제를 이끄는 두 기업이 충격적 성적표를 받아들자 실적 발표 시즌에 돌입하는 시장에선 공포감까지 감지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0%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0조원으로 8.58% 줄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혹한기'를 충분히 반영했다던 증권가 기존 추정치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국내 증권가는 영업익 6조원대 턱걸이를 예상했었다. 작년 말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예상치(5조8000억원)보다도 훨씬 낮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며 "스마트폰 판매도 둔화되며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실적은 더 안 좋았다. LG전자 실적 발표는 장 마감 후 이뤄졌다.
LG전자 역시 시장 예상을 훨씬 밑도는 부진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한 21조8597원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잠정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2% 급감한 655억원에 그쳤다. 무려 10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국내 증권업계의 영업익 예상치는 3193억원이었다.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4분기 실적 모두 증권가 전망을 크게 밑돌았다. 보수적으로 전망치를 잡았음에도 이렇게 실적이 안 좋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은 향후 실적을 발표할 기업들의 성적을 가늠하는 지표다. 두 기업의 부진한 실적으로 전체 기업들의 4분기 실적에 거는 기대도 크게 꺾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간 매출액은 두 기업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매출이 역대 한국 기업 가운데 최초로 300조원을 돌파했고, LG전자도 연매출이 사상 처음 80조원을 넘었다. 연간 실적으로 따지면 전 세계적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도 나온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