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발 '상생 규제' 열차가 출발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대구광역시는 7개 구청과 1개 군이 대중소유통 간 상생협약을 통해 대형유통은 중소유통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판매교육 공동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중소유통은 현행 일요일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상생협약은 광역시 단위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이고, 시민을 위한 소비자 후생 증진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의 반사이익을 전통시장이나 골목 슈퍼마켓으로 돌리려 했던 당초의 규제 목적은 실현되지 못한 채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이러한 문제점은 규제 시행 10년 동안 다양한 연구와 조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소기업학회의 연구 결과(2018년)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에는 대형마트 인근 상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주변 소상공인의 매출을 오히려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유통학회의 연구 결과(2020년)에 따르면 대형마트 1개가 폐점할 경우 주변 소상공인의 매출은 물론 일자리도 줄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소비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7명이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번 대구광역시가 상생을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결정을 하기까지 대구의 대형유통과 중소유통은 오랜 기간 대화와 협의를 했다. 양측은 유통산업구조의 변화를 이해하고 규제가 아닌 상생이 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 대구시의 상생협약은 대중소유통업계의 변화에 대한 니즈를 정책적,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동력으로 기대가 매우 크다. 대구시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기초자치단체가 10년 전의 규제를 관성에 따라 유지하고 있고, 중소유통업계도 유통산업의 변화와 규제 효과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상생을 통한 규제 개선에 소극적일 때가 많다. 이미 30개가 넘는 기초자치단체가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해 시행 중이고, 국내 최초로 광역시 차원에서 대구가 유통정책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사례는 보다 확대돼야 할 것이다. 상생은 대중소유통뿐만 아니라 유통생태계를 구성하고 소비자, 납품업체, 입점업체, 그리고 대형마트 주변 소상공인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도 도움이 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인식이 보다 널리 전파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