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탄소발자국 줄여 NFT로 거래"…육우 탄소배출권 시장 열린다 [CE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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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한 마리당 탄소발자국을 측정해주고, 탄소 저감을 실천한 농가에 이를 탄소 배출권 형태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 나왔다. 전 세계가 '탄소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탄소 배출권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축산농업 분야에서도 거래 시장이 열리게 됐다.
스타트업 멜리언스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3'에서 세계 최초 육우 탄소배출량 모니터링 플랫폼 '카우카본'을 선보였다. 이학교 전북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멜리언스는 2021년 전북대 교내 벤처로 창업했다. 축산업의 '넷 제로(탄소중립)'에 기여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세계 최대 소고기 시장인 미국에도 커클랜드에 지사를 두고 있다.
멜리언스는 소를 기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정밀하고 저렴하게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최초 개발했다. 멜리언스에 따르면 가축이 내뿜는 탄소·메탄 등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14.5%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탄소 저감 활동 활성화를 위한 전제 조건인 배출량 측정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기존엔 소 한 마리의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정확성도 떨어져 할 유인이 없었다"며 "멜리언스는 10여년 간의 연구와 세계 220여개국 빅데이터를 활용해 도축된 소의 체중과 성별, 생년월일만으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했다. 멜리언스는 이 알고리즘으로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한 농가의 소가 진짜 '저탄소 소'인지 인증해준다. 가령 한국의 A 농가에서 도축한 소의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평균치보다 낮으면 '저탄소 한우' 인증을 찍어주는 식이다. 멜리언스는 작년 10월. 맥도날드·월마트·카길 등 대형 축산·유통기업과 관련 연구 기관, 협회 약 500곳이 참여하는 '글로벌 지속가능한 소고기 협의체(GRSB)'에 가입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저탄소 인증'을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변환, 농가가 자발적 탄소 배출권 형태로 판매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연 것이다. 탈탄소 활동의 성과를 자산화해 농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하도록 경제적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했다.
이렇게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가는 카우카본을 통해 저감량 1톤당 10달러의 가격으로 탄소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다. 멜리언스는 판매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구조다. 거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이뤄져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게 멜리언스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제까지 축산업에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던 것은 탄소 배출량 측정의 어려움과 거래의 불투명성 때문이었는데, 카우카본은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멜리언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소가 내뿜는 탄소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CES 2023 개막 첫날인 지난 5일(현지시간) 멜리언스 부스에는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직접 다녀갔다. 주 사장은 '카우카본이 자리잡으면 배출권을 구입하고 싶다'며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SMBC 은행도 같은 날 멜리언스 부스를 둘러보고 투자 논의를 제안했다. 각국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배출량 관리에 고삐를 죄면서 탄소 배출권을 사야 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나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은 급성장하는 배출권 시장을 차기 먹거리로 보고 자발적 탄소배출권 중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의 한 패션업체와도 '1호 배출권 거래'를 논의하고 있다"며 "저탄소 인증 토큰화로 축산농가에 경제적 인센티브 구조를 마련해주면 자발적인 탈탄소 활동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라스베이거스=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스타트업 멜리언스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3'에서 세계 최초 육우 탄소배출량 모니터링 플랫폼 '카우카본'을 선보였다. 이학교 전북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멜리언스는 2021년 전북대 교내 벤처로 창업했다. 축산업의 '넷 제로(탄소중립)'에 기여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세계 최대 소고기 시장인 미국에도 커클랜드에 지사를 두고 있다.
멜리언스는 소를 기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정밀하고 저렴하게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최초 개발했다. 멜리언스에 따르면 가축이 내뿜는 탄소·메탄 등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14.5%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탄소 저감 활동 활성화를 위한 전제 조건인 배출량 측정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기존엔 소 한 마리의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정확성도 떨어져 할 유인이 없었다"며 "멜리언스는 10여년 간의 연구와 세계 220여개국 빅데이터를 활용해 도축된 소의 체중과 성별, 생년월일만으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했다. 멜리언스는 이 알고리즘으로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한 농가의 소가 진짜 '저탄소 소'인지 인증해준다. 가령 한국의 A 농가에서 도축한 소의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평균치보다 낮으면 '저탄소 한우' 인증을 찍어주는 식이다. 멜리언스는 작년 10월. 맥도날드·월마트·카길 등 대형 축산·유통기업과 관련 연구 기관, 협회 약 500곳이 참여하는 '글로벌 지속가능한 소고기 협의체(GRSB)'에 가입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저탄소 인증'을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변환, 농가가 자발적 탄소 배출권 형태로 판매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연 것이다. 탈탄소 활동의 성과를 자산화해 농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하도록 경제적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했다.
이렇게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가는 카우카본을 통해 저감량 1톤당 10달러의 가격으로 탄소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다. 멜리언스는 판매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구조다. 거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이뤄져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게 멜리언스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제까지 축산업에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던 것은 탄소 배출량 측정의 어려움과 거래의 불투명성 때문이었는데, 카우카본은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멜리언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소가 내뿜는 탄소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현대오일뱅크·日 SMBC 등 일찌감치 '관심'
탄소 배출권 수요가 많은 대기업이나 급성장하는 자발적 배출권시장에 발을 들인 금융사들은 일찌감치 멜리언스에 관심을 보내고 있다.CES 2023 개막 첫날인 지난 5일(현지시간) 멜리언스 부스에는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직접 다녀갔다. 주 사장은 '카우카본이 자리잡으면 배출권을 구입하고 싶다'며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SMBC 은행도 같은 날 멜리언스 부스를 둘러보고 투자 논의를 제안했다. 각국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배출량 관리에 고삐를 죄면서 탄소 배출권을 사야 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나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은 급성장하는 배출권 시장을 차기 먹거리로 보고 자발적 탄소배출권 중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의 한 패션업체와도 '1호 배출권 거래'를 논의하고 있다"며 "저탄소 인증 토큰화로 축산농가에 경제적 인센티브 구조를 마련해주면 자발적인 탈탄소 활동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라스베이거스=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