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 해외투자 활발…국재중재 시장 커질 것"

볼프강 피터 피터앤김 스위스 제네바사무소 대표변호사
“한국 기업들은 해외에 투자를 활발히 하면서 대형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국제중재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볼프강 피터 피터앤김 스위스 제네바사무소 대표변호사(사진)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중재시장을 주도할 계획을 갖고 피터앤김을 창립했다”고 말했다. 피터 변호사와 김갑유 피터앤김 서울사무소 대표변호사는 2020년 1월 각각 스위스와 한국에서 동시에 피터앤김을 창립했다. 김 변호사는 론스타 사건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한 국제중재 전문가다.법학뿐만 아니라 경영학 박사 학위도 갖고 있는 피터 변호사는 굵직한 경영 이력으로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당시 프랑스 유명 보석 브랜드인 쇼메가 갖고 있었던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브레게그룹 인수를 담당했다. 이를 계기로 브레게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이후 피터 변호사는 브레게그룹 CEO로서 브레게 시계 생산에 필수적인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브레게그룹 직원 수는 14명에서 400명으로 늘어났다. 피터 변호사는 시계 브랜드 자케 드로를 인수해 브레게그룹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그는 브레게그룹이 스와치그룹에 매각된 뒤에도 다른 투자자 두 명과 공동으로 자케 드로를 인수했다. 자케 드로를 5년간 더 경영한 후 이 역시 스와치그룹에 매각했다. 피터 변호사는 이 같은 활동과 동시에 라이카그룹을 매각하는 데 참여하는 등 M&A 변호사로도 활약했다.

2000년대 들어 피터 변호사는 국제중재 전문가로 변모했다. 경영활동과 M&A 변호사로서 얻은 관록이 국제중재에 녹아들었다. 그는 약 20년 동안 280건의 중재 사건에서 중재인과 대리인으로 활약했다. 에너지, 건설, 금융, M&A 등의 영역을 아우른다는 설명이다. 피터 변호사는 “피터앤김이 맡은 중재 사건의 분쟁 총액은 2021년 말 기준 750억달러(약 94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피터 변호사는 현재 국제중재시장에서 가장 떠오르는 분야로 에너지 영역을 꼽았다. 그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가격이 출렁거리면서 가격을 두고 벌어지는 대형 에너지 회사와 수요자 사이 다툼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피터앤김은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 에너지 분쟁에 20건 넘게 참여했다.

한국에서 국제중재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게 피터 변호사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밀도 높게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지역이라 중재시장 미래가 밝다”며 “역량 있고 영어에 능숙한 전문가를 가능한 한 많이 양성해 중재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