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통계조작 문제…왜 연초부터 불거지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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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플레 지표라도계묘년, 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언제부터 피벗(pivot·통화정책 완화)을 단행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작년 3월부터 금리를 숨 가쁘게 올린 Fed가 피벗을 추진한다면 각국 중앙은행도 자국의 인플레 안정 여부를 감안해 순차적으로 뒤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성향따라 정반대 해석
美 금리인상 주도한
매파 FOMC 위원들
이달 말 모두 물러나
비둘기파로 물갈이
Fed의 '피벗' 가능성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Fed가 금리인상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때 자산시장 여건과 함께 ‘데이터 의존적(data dependent)’이라고 밝힌 새로운 기준이 단서가 될 수 있다. 공개시장 조작과 달리 기준금리 변경은 케인지언의 통화정책 전달 경로(금리 변경→총수요 변화→실물경기 조절)상 인플레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특정국의 금리체계상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 관계가 ‘안정적’이라면 금융시장 반응을 주목할 필요가 크지 않지만, 미국 금융시장은 2004년 금리인상 때부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왔다. 작년 3월 이후 Fed가 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과정에서 자금 경색이 심해지자 미 재무부는 바이 백, 즉 국채를 재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기준은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이다. 이는 Fed가 양대 목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기준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때그때 상황을 유연하게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테일러 준칙 등에 따라 산출된 적정금리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종전 방식과 차이가 난다.양대 기준을 조합하면 두 번째 문의에 대한 답이 나온다. 금리인상 시기와 속도를 경제지표 및 금융시장 반응을 동시에 고려해 결정할 경우 최적통제준칙에 따른 금리인상 경로보다 앞당기거나 늦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 충격이 우려되면 금리인상 시기가 최적통제준칙에 의한 경로보다 늦춰지고, 반대의 경우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Fed의 금리인상 잣대인 경제지표에 조작 문제가 자주 거론된다는 점이다. 통계 조작은 정량적 통계 ‘작성’ 단계에서 발생한다. 인플레 지표에서 국민 경제생활에 민감한 항목을 제외하거나 가중치를 낮게 설정하면 늘 안정된 것처럼 나온다.
설문조사 통계에서는 특정 목적에 부합하는 대상만 추출해 조사하면 ‘표본 오차’가 발생한다. 표본에 추출된 대상도 나중에 찾아올 후폭풍 등을 생각해 의도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비표본 오차’가 발생해 결과치가 크게 왜곡된다. 두 오차가 일정 허용 범위를 넘으면 통계 조작에 해당한다.최근에는 통계 선택과 해석 등 넓은 의미의 통계 조작이 자주 문제가 되고 있다. 최고통수권자의 정치적 야망 등과 같은 특정 목적에 부합하는 통계만 골라 발표하는 경우다. 4년 전 미국과 한국처럼 지표는 괜찮은데 경제주체가 침체를 우려하고 시장은 주가 폭락 등으로 과민하게 반응했던 상황을 가정해 보자. 프레이밍 효과를 중시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금리인상 속도 조절 의사를 밝히면서 경기와 시장을 안정시켰다. 하지만 프레임에 갇혀 있는 금통위 위원들은 ‘위기를 조장하는 가짜 미네르바 세력’으로 무시했다.
Fed가 비판받는 통계 조작은 인플레 지표의 해석 문제다. 같은 지표라도 인플레를 안정시키려는 의지가 강할 때는 ‘불안하다’고 해석해 매파 성향을 쏟아낸다. 하지만 경기 부양 등 다른 현안도 감안해야 할 때는 ‘안정됐다’고 해석하는 비둘기파 성향의 발언이 나온다.
Fed에 어떤 성향의 인사가 많이 채워지느냐도 중요하다. 작년 3월 이후 기준금리를 말이 뛰는 식으로 올린 데는 FOMC에 매파 성향 위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고 금리를 연 7%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온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자이언트스텝을 주도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은 총재와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연은 총재 등이 대표적이다.
이달 말로 이들이 모두 물러나고 대신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연은 총재 등 비둘기파 성향 인사들이 새롭게 들어온다. 올해는 경기침체, 인플레 안정 등과 함께 피벗이 확실하게 추진될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