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못' 뽑고 CES서 모빌리티 청사진 그린 원희룡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국토부 수장으로 첫 CES 방문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 위한 규제 해소 고민
현지 스타트업 만나 정책 지원 약속
美 모셔널 방문해 기술·제도·국제협력 논의
연초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최근 몇년 간 겹겹이 쌓였던 '부동산 규제 대못'을 대거 뽑더니 5~8일(현지시간)엔 국토부 수장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박람회) 2023을 찾았습니다.

3년 만에 완전히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CES에선 수백개의 혁신 제품이 공개되고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가 소개됐습니다. 원 장관은 이번 CES 일정 동안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경쟁력 강화 방안을 무엇보다 고민했다고 합니다. 모빌리티 분야 낡은 규제와 혁신 걸림돌을 걷어내기 위한 아이디어를 적극 확보했다는 전언입니다.실제 원 장관은 지난 8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자율주행 전문기업인 모셔널을 방문해 최고경영진과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논의했습니다. 모셔널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와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사인 미국 앱티브의 합작을 통해 설립됐습니다. 하드웨어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의 결합을 통해 미국 라스베가스 지역을 중심으로 호출형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일반인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 장관의 CES 참석을 계기로 이뤄진 이번 방문은 글로벌 자율주행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기술 수준과 정책 방향을 직접 진단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국토부는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2025년 자율주행 버스‧셔틀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이런 정부 정책과 세부 실행 전략을 국제동향에 맞춰 점검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이번 방문은 정부와 해외 주요 자율주행 기업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업계에선 “원 장관이 직접 현장 방문을 한 만큼 국내 자율주행 산업계의 해외 진출과 국제기준 선도 등의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라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원 장관은 모셔널의 기술 현황을 듣고 미국 내 자율주행 정책 여건을 파악한 뒤 라스베가스 호출형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원 장관은 미국 현지에서 다양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향후 정책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원 장관은 이번 일정 중 마르시아 퍼지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만나 코로나19 이후 집값·임대료 상승 등으로 인한 서민‧취약계층 주거비 부담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한국의 공공주택 추진 방향과 민간 임대 주택 공급 정책을 집중 소개했습니다. 마르시아 퍼지 장관 역시 공공주택 공급과 함께 민간 부문에 지원 중인 인센티브(보조금·세제 혜택 등) 정책 등을 공유했습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은 긴밀한 주택정책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정책 방안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습니다.원 장관은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도 만났습니다. 두 장관이 모두 각국의 교통 부문 초대 장관을 맡고 있는 데다 과거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재임한 경험이 유사해 소통이 원활했다는 후문입니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양국이 협력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피트 부티지지 장관은 국가 간 상이한 여건이 양국 간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안전‧성능 인증,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세부 분야에서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해나가자고 화답했습니다.

아울러 원 장관은 워싱턴에 진출한 국토교통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분야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들과 현지 간담회도 진행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해외 무대에서 경험, 한국 스타트업이 겪는 애로사항 등을 공유했고, 이에 원 장관은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시장 수요에 맞게 기술 개량과 현지 실증을 지원하는 사업을 올해부터 추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스타트업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발전 속도와 동향, 기술 혁신을 눈으로 확인한 만큼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규제 완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