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가능성 적다"…한은의 근거 있는 자신감 [조미현의 BOK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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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서 최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현재 위험은 올바른 정책 대응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9일 한은 홈페이지 블로그에 올린 '금융안정 상황을 균형 있게 바라보기'라는 글에서 "경제 위험요인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위험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위험 대응 능력을 과소평가해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습니다.한은 임원급 인사가 블로그에 직접 의견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부총재보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주요국 통화 긴축 강화 기조에 우발적인 신용 사건이 더해지면서 일부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사정이 악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에도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중국의 감염병 상황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 등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영향으로 우리 경제가 실물경제 위축에 더해 가계부채와 부동산금융 등의 부실까지 겹쳐 역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기도 한다"고 했는데요. 이 부총재보는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위기 발생 가능성을 상시 경계하되 지나친 우려로 지레 위축돼 위기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며 금융위기 가능성이 낮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우선 금융불안지수(FSI)가 지난해 10월(23.6)과 11월(23.0) 위기단계(22 이상)까지 오른 것과 관련, "FSI는 가격 변동성, 신용스프레드, 심리지수 등 단기적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최근 단기 금융시장 불안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상승했지만, 과거 금융위기 당시보다 크게 낮고 11월 이후 정부와 한은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FSI는) 단기금융시장의 안정세 회복, 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금융취약성지수(FVI)의 경우 "기초경제 여건과 자산 가격 간 괴리 축소 및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등으로 장기평균 수준으로 수렴해 가고 있다"며 "금리상승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불안(FSI 상승)해질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대내외 충격이 금융 부문 취약성을 통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효과가 줄어들어(FVI 하락)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계부채 부실과 관련해서는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에도 현재까지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이 부총재보의 진단입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0.6%"라며 "2021년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코로나19 이전인 2016∼2018년(62∼63%) 수준을 하회하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차주 단위 DSR 지표를 해석할 때 제반 경제적 여건도 함께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DSR은 차주의 소득만을 고려하여 산출되지만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상환 부담은 차주뿐 아니라 배우자와 동거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데, 배우자·동거가족의 소득까지 고려하면 실질 DSR은 40%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한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 주택가격 하락 등 부동산 경기 부진이 단기에 그칠 경우(1년간 주택가격 15% 하락 시나리오) 금융기관 전반의 자본 비율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주택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 부진도 장기화할 경우(3년간 주택가격 30% 하락 시나리오) 금융기관의 자본 비율이 상당 폭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는 예외적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부총재보는 "우리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우리 몸의 상태를 점검한다. 검진 결과에서 지방간이나 위염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중병에 걸릴 것으로 지레짐작하여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방안에 누워있기보다는 식습관을 고치고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법일 것"이라며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습니다.그는 "(한은이) 금융안정보고서 등을 통해 우리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나 잠재 리스크를 알리는 것은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라는 취지이므로 이에 과도하게 위축되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최근의 고금리 환경은 단기적으로 우리 금융시스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낮추고 부채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그간의 과도했던 리스크 추구행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9일 한은 홈페이지 블로그에 올린 '금융안정 상황을 균형 있게 바라보기'라는 글에서 "경제 위험요인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위험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위험 대응 능력을 과소평가해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습니다.한은 임원급 인사가 블로그에 직접 의견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부총재보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주요국 통화 긴축 강화 기조에 우발적인 신용 사건이 더해지면서 일부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사정이 악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에도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중국의 감염병 상황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 등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영향으로 우리 경제가 실물경제 위축에 더해 가계부채와 부동산금융 등의 부실까지 겹쳐 역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기도 한다"고 했는데요. 이 부총재보는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위기 발생 가능성을 상시 경계하되 지나친 우려로 지레 위축돼 위기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며 금융위기 가능성이 낮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우선 금융불안지수(FSI)가 지난해 10월(23.6)과 11월(23.0) 위기단계(22 이상)까지 오른 것과 관련, "FSI는 가격 변동성, 신용스프레드, 심리지수 등 단기적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최근 단기 금융시장 불안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상승했지만, 과거 금융위기 당시보다 크게 낮고 11월 이후 정부와 한은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FSI는) 단기금융시장의 안정세 회복, 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금융취약성지수(FVI)의 경우 "기초경제 여건과 자산 가격 간 괴리 축소 및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등으로 장기평균 수준으로 수렴해 가고 있다"며 "금리상승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불안(FSI 상승)해질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대내외 충격이 금융 부문 취약성을 통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효과가 줄어들어(FVI 하락)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계부채 부실과 관련해서는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에도 현재까지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이 부총재보의 진단입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0.6%"라며 "2021년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코로나19 이전인 2016∼2018년(62∼63%) 수준을 하회하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차주 단위 DSR 지표를 해석할 때 제반 경제적 여건도 함께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DSR은 차주의 소득만을 고려하여 산출되지만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상환 부담은 차주뿐 아니라 배우자와 동거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데, 배우자·동거가족의 소득까지 고려하면 실질 DSR은 40%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한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 주택가격 하락 등 부동산 경기 부진이 단기에 그칠 경우(1년간 주택가격 15% 하락 시나리오) 금융기관 전반의 자본 비율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주택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 부진도 장기화할 경우(3년간 주택가격 30% 하락 시나리오) 금융기관의 자본 비율이 상당 폭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는 예외적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부총재보는 "우리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우리 몸의 상태를 점검한다. 검진 결과에서 지방간이나 위염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중병에 걸릴 것으로 지레짐작하여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방안에 누워있기보다는 식습관을 고치고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법일 것"이라며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습니다.그는 "(한은이) 금융안정보고서 등을 통해 우리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나 잠재 리스크를 알리는 것은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라는 취지이므로 이에 과도하게 위축되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최근의 고금리 환경은 단기적으로 우리 금융시스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낮추고 부채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그간의 과도했던 리스크 추구행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