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브라질판 1·6 사태'…대통령궁·의회·대법원 다 뚫렸다

대선 불복 '反룰라 폭동'

보우소나루 前대통령 지지자 시위
룰라 "광신도·파시스트 강력 처벌"
수도 봉쇄 명령 4시간 만에 진압
8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 집무실과 의회, 대법원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1·6 의회 난입 사태가 일어난 지 2년 만에 똑같은 사건이 재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수해 피해를 본 상파울루주(州)를 방문하기 위해 대통령궁을 비운 새 난동이 벌어졌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오후 2시께 수도 브라질리아의 중심부에 있는 3권(입법·행정·사법)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대통령 집무실과 의회, 대법원 3부 기관에 난입해 점거하고 “룰라는 하야하라”는 문구를 외쳤다.브라질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하려 했으나 저지선이 뚫렸다. 룰라 대통령은 수도 봉쇄령을 내렸다. 점거 사태가 벌어진 지 4시간 뒤인 오후 6시30분쯤 연방군에 의해 시위대가 진압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현지 언론은 이날 시위에 참여한 인원이 3000여 명이라고 추정했다.

브라질 의회가 개원하기 전이고, 룰라 대통령은 자리를 비워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시위대는 시설 곳곳에 불을 지르는 등 기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취임한 지 7일 만에 폭동 사태를 맞은 룰라 대통령은 즉각 브라질리아 지역에 ‘연방 안보 개입’을 선포했다. 폭도들을 “광신도, 파시스트”라고 비판하며 “모든 법령을 동원해 강력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에서는 2년 전 이와 비슷한 1·6 의회 난입 사건이 벌어졌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선 불복을 선언하며 총기를 들고 미 의회에 난입했다.

브라질에서도 심각한 정치 분열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좌파 거두인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50.9%의 득표율로 보우소나루(49.1%)를 근소하게 앞서며 승리했다. 일각에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폭동을 독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은 일제히 이날 폭동을 규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민주주의와 평화적 권력 이양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