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첫 실태조사…그루밍 성범죄 처벌 확대(종합)

가정폭력·성폭력 남성 피해자 보호시설 1곳 최초 설치
여가부 업무보고, 부처 폐지 구체계획 안 담겨…성평등 목표 제시 안해
온라인상 아동·청소년 성적 유인에 한정된 이른바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성범죄 처벌 대상이 오프라인까지 확대된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조사도 올해 처음으로 이뤄지며, 스토킹 피해자 주거지원 사업도 시작한다.

가정·성폭력 피해 남성 보호시설도 처음으로 들어선다.

한부모가족 지원이 늘어나고 아이돌봄 서비스도 확대된다. 여성가족부는 9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 예방을 위해 그루밍 처벌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접근해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이들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할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하거나 성적인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루밍 성범죄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발생하는 만큼 청소년성보호법 관련 규정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해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그루밍도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여가부는 그루밍 처벌 대상 확대와 함께 위장수사의 실효성도 높이기로 했다.

성착취범이 위장수사를 하는 경찰을 아동·청소년으로 오인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로 미성년자 등 피해자가 속출한 가운데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물 실태조사도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다.

여가부는 최근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노력으로 성인사이트 6곳이 성착취 피해자들이 나오는 불법촬영물 8천296건을 삭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가부는 또한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가 다시 범죄를 저질러 수감되는 경우 수감 기간 신상정보 공개를 중지한 뒤 출소 후 재개하도록 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위반한 성범죄자는 벌금형 등으로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보호시설 입소기간을 연장(만 21세→ 24세)해 자립준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스토킹 피해자 주거지원 시범사업(10곳)과 치료회복 프로그램(17곳)을 시작하고 스토킹 예방지침 표준안을 개발·보급한다.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스토킹범죄 등 '5대 폭력' 피해 통합지원 강화를 위해 여성긴급전화 1366에 통합솔루션 지원단을 설치한다.

여가부는 올해 상반기부터 정원 10명의 가정폭력·성폭력 남성 피해자 보호시설을 1곳을 처음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가정폭력 피해자 가운데 남성이 19%에 이르고 성폭력 남성 피해자도 전체의 9%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입소 동반자녀의 범위는 영유아에서 아동까지 확대한다.

상반기 중으로 관계부처 합동 인신매매 방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피해자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간병비 지원액은 월 313만원으로 8% 늘린다.
여가부는 한부모가족 지원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이 지난해 10월 기준중위소득 52% 이하 가구에서 58% 이하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는 60% 이하까지 넓어진다.

이에 따라 올해는 자녀양육비 지원 대상이 약 3만 명 늘어 23만 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3인가구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 60%는 266만원이다.

청소년한부모(만 24세 이하)의 경우에는 기존 기준중위소득 60% 이하에서 65% 이하로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한부모가족 복지시설 입소 기간 연장도 적극 추진한다.

현재 40%인 양육비 이행률은 2027년까지 55%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육비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명단공개 시 대상자의 의견진술 기간도 '90일 이상'에서 '10일 이상'으로 단축한다.

늘어나는 청소년 자살에 대응하기 위해 심리 지원도 강화한다.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자살·자해를 예방하기 위한 '고위기 청소년 집중심리클리닉'을 운영하고, 임상심리사도 시·도 17개 센터에 배치한다.

정서·행동 문제가 있는 청소년을 치유하는 국립청소년디딤센터를 전북 익산시와 광주광역시에 추가로 건립한다.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 지원을 위해 쉼터를 퇴소하는 청소년에게 지급하는 자립지원수당은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한다.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던 '은둔형 청소년'도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대상에 포함해 생활비 등을 지원한다.

'위기 청소년 통합지원정보시스템'도 내년까지 구축될 예정이다.
여가부는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지원을 강화할 계획으로 김현숙 장관은 "(여성) 고용을 계속 유지하는 정책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다음에 경력 단절 이후 취업과 창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맞벌이 가구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아이돌봄서비스 지원시간은 연 840시간에서 960시간으로 늘리고 지원 가구도 8만5천 가구로 1만 가구 늘리기로 했다.

한편 여가부의 올해 6대 핵심과제에는 '다양한 가족 지원', '아동·청소년 보호' 등 외에 성평등 정책이 담겨있지 않다는 지적에 이 차관은 "여성들이 가장 어려운 것은 자녀양육과 돌봄의 문제다.

이는 가족정책에 담겨있지만 결국 양성평등의 근간이 되는 사업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성별·세대 간 인식변화와 정책 요구를 반영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이달 발표할 계획이다.

여가부 업무보고에 부처 폐지와 관련된 구체적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국회에서 여야 협의체가 구성돼 논의 중"이라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확정돼야만 직제 개편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숙 장관은 "양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여성가족부가 존속해야 하느냐? 이건 등가는 아니라는 말씀을 제가 여러 번 드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