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올렸다" vs "덜 올렸다"…시몬스·에이스, 가격 '신경전' [김병근의 남다른中企]

에이스침대의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더스테이지' 팝업스토어
"에이스침대는 가격을 올렸지만 시몬스는 2년 연속 동결합니다."(시몬스)
"최근 5년 가격 인상은 시몬스가 여섯 차례, 에이스침대는 두 차례에 그쳤습니다."(에이스침대)

침대업계 1·2위인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새해 벽두부터 가격 인상을 둘러싼 신경전에 나섰다. 형제기업으로서 30년 넘게 서로에 대해 일체 함구해온 관행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신경전은 동생 안정호 대표가 이끄는 시몬스의 선공으로 시작됐다는 평가다. 시몬스는 "올해로 2년 연속 가격을 동결한다"고 지난 2일 발표하며 에이스침대, 템퍼, 코웨이, 한샘, 현대리바트 등 침대·가구·렌털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라고 설명했다.

침묵을 지키던 에이스침대가 1주일 만에 반격에 나섰다. 에이스침대는 9일 '2022년 백화점 매출이 1700억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와 시몬스의 최근 5년 가격 인상을 상세히 비교했다. 에이스침대는 2017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두 차례 가격을 올린 반면 같은 기간 시몬스는 여섯 차례 올렸다는 게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스침대로선 소비자들에게 팩트(사실)를 정확히 전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보도자료까지 낸 걸 보면 안성호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걸로 봐야 한다"고 했다.

에이스침대는 매트리스를 예로 들어 시몬스의 매트리스 윌리엄과 헨리의 경우, 2017년 12월 대비 65~87% 인상됐지만 에이스침대 베스트셀러인 하이브리드테크 레드와 블루는 30~33% 인상에 그쳤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에 대해 시몬스 측은 "대리점 체제일 때이던 2017년과 지금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안성호 대표는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의 장남이며 안정호 대표는 차남이다. 에이스침대가 30년 넘게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시몬스가 맹추격하고 있다. 2011년 에이스침대 매출은 1890억원으로 시몬스(914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2021년엔 에이스침대 3463억원, 시몬스 3054억원으로 차이가 409억원으로 좁혀졌다.

시몬스는 MZ(1980~2000년대 초 출생)세대 중심 팬덤 형성에 공을 들이는 등 '침대 없는 마케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침대만은 꼭 직접 누워 보고 선택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백화점 매장 대형화, 다양한 테마의 팝업스토어 등에 힘을 쏟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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