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인권운동가 펠로십 내정 철회…'이스라엘 비판 이유로'

휴먼라이츠워치 전 사무총장 "'이스라엘 건드리면 불이익' 신호 보낸 것"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케네디스쿨)이 저명한 인권운동가를 초빙연구원(펠로)으로 내정했다가 이를 철회해 논란이 되고 있다. 내정 철회 이유는 이 인권운동가와 단체가 이스라엘을 비판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국 시사 격주간지 '더네이션'에 따르면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사무총장을 29년간 맡아 온 인권운동가 케네스 로스는 지난해 4월 총장직을 그해 8월 말까지만 수행하고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퇴직 일정을 밝힌 직후 로스는 케네디스쿨의 인권정책센터장으로부터 이 학교에 펠로로 와달라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로스는 1년간 펠로로 지내면서 책을 집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더글러스 엘먼도프 케네디스쿨 원장은 그해 7월 결재 과정에서 "로스와 HRW가 반(反)이스라엘 편견을 갖고 있다"며 로스의 펠로 임용안을 불승인했다.

로스는 케네디스쿨의 인권정책 담당 교수인 캐스린 시킹크를 통해 내정 철회 이유에 관한 엘먼도프 원장의 설명을 전해 들었다. 지난 5일 더네이션 첫 보도로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미국과 유럽의 시민단체들과 언론 매체에서 하버드대와 엘먼도프 원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버드대 대학신문 '더크림슨'에 따르면 케네디스쿨 측은 내정 철회 경위나 이유에 대한 로스와 시킹크 등의 주장을 부인하지 않고 "케네디스쿨에 대한 잠재적 기여도를 평가해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시킹크 교수는 "HRW나 로스가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편견을 갖고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는 전혀 본 적이 없다"며 이스라엘의 인권정책에 관한 HRW의 보고서를 국제앰네스티(AI)나 미국 국무부의 보고서와 비교해 봐도 잘못된 점이나 편견이 없다고 지적했다. 로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건 나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펠로 임용이 철회됐다고 해서) 내 경력에 지장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로 위험한 점은, 이번 조치가 학계 경력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스라엘을 건드리면, 이스라엘을 비판하면, 학문의 자유에 제한조건이 붙어 있는 세상에서 별로 잘 되지 못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