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실, '도서정가제'로 첫 국민토론…"장기 재고 할인폭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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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9일부터 국민제안 토론대통령실이 첫 국민제안 토론 주제로 도서정가제를 선정했다. 도서 할인 폭을 10% 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는 오는 11월 타당성 검토 기한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실이 직접 의견수렴에 나서면서 ‘과도한 가격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온 도서정가제가 큰 변화를 맞을지 주목된다.
첫 주제로 도서정가제 선정
도서정가제, 도서 할인폭
10%로 제한하는 가격 규제
영세서점 장기 재고도서
할인폭 늘려주는 방안 검토
오는 11월 재검토 시한 앞두고
대통령실 역할 주목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실 국민제안 웹사이트에서는 지난 9일부터 통해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 허용’을 주제로 국민참여 토론을 진행 중이다.앞서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서 도서정가제와 ‘자동차 검사주기 합리화’ 등 제안을 예로 들며 “당장은 정책화하기 어렵지만 관계 기관에서 영향들을 더 고민해 보고 파급효과라든지 공론화 절차가 필요한 제안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조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2003년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정으로 도입된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판매하는 모든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하고, 판매자는 출판사가 표시한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률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할인 판매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신간·구간, 온·오프라인, 서점 규모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정가에서 최대 10% 이내의 가격할인과 5% 이내의 경제상 이익(사은품, 마일리지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출판업계는 도서정가제에 대해 “가격 경쟁에 취약한 다수의 출판·서점 사업자와 신인 저자의 시장 참여를 보장하고, 독자가 보다 다양한 종류의 책과 유통경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고, 가격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불합리한 ‘가격 규제’”라며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소규모 영세서점들 역시 “장기간 팔리지 않은 재고 도서도 할인 폭을 10%로 제한해 악성 재고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폐지값만 받고 처리해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이다.이에 대해 소규모 영세서점에 한해 일정 기간(3년 이상 등)이 지난 장기 재고 도서의 자율적 할인 판매를 허용해 동네서점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의견이 국민제안을 통해 접수됐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국민제안비서관실 관계자는 “오래된 책이라도 할인폭을 완화해 재고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은 영세서점에 좀 활로를 틔워주자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도서정가제 유지 타당성을 3년마다 검토해 폐지, 강화, 완화 또는 유지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1월에도 제도 개편을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현행 유지로 결론이 났다. 그로부터 3년 뒤인 오는 11월까지 다시 타당성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문체부가 상반기 중 구성할 도서정가제 협의체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장기 재고서적 할인 뿐 아니라 도서정가제 제도 전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제도 개선 진행 상황을 대통령실에서 계속 챙겨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