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제네론 효자 '아일리아' 분기 매출 첫 감소[이우상의 글로벌워치]

4분기 1조9570억원 , 업계 추정치 대비 10%↓
바이오시밀러·신약 등 경쟁 치열
황반변성 치료제 블록버스터 ‘아일리아’의 작년 4분기 매출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시장 진입 확대와 새로운 경쟁약의 등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조사 리제네론은 아일리아의 투약 간격을 늘리는 방법으로 반격에 나섰다.

리제네론은 9일(미국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아일리아 매출이 15억달러(약 1조8570억원)였다고 발표했다. 업계가 추정한 아일리아의 4분기 매출은 16억3000만~16억5000만달러로 실제 매출과 10% 차이가 벌어졌다. 분기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1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15억4700만달러였다. 전분기(2022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6억2900만달러를 기록했다.

리제네론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일리아의 매출 감소 소식에 주가는 이날 7.69% 급락한 680.49달러로 장을 마쳤다.

리제네론은 아일리아 매출 감소 원인으로 아일리아와 유사한 작용기전을 가진 항암제 아바스틴의 오프라벨(허가 외) 처방과 경쟁약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판매 증가, 새로운 경쟁약인 바비스모의 등장을 꼽았다.아바스틴은 전이성 직결장암, 비세포폐암 치료 등에 쓰이는 항암제다. 황반변성에 승인되지 않았지만 의료진의 재량에 따라 오프라벨 처방으로 황반변성 치료에 쓰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6억5200만 스위스프랑(약 2조2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아일리아의 오랜 경쟁약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증가도 아일리아에 부담이 됐다. 효능은 비슷한데 가격은 바이오시밀러가 더 저렴하다.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약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우비즈(2021년 9월), 미국 코히러스바이오사이언스의 시멜리(2022년 8월) 등이 있다.

바비스모는 로슈가 새로 내놓은 항체의약품이다. 아일리아와 바비스모 모두 눈 위에 직접 놓는 주사제다. 바비스모는 투약 간격이 아일리아의 2개월 대비 2배 긴 4개월이다. 약가 또한 아일리아 2회 투약분 대비 저렴하다. 로슈 측에 따르면 바비스모를 찾은 새로운 고객 중 70%가 이전에 아일리아를 투약하던 환자였다. 긴 투약 간격과 저렴한 약가를 내세워 아일리아 고객을 빼앗아오고 있다. 리제네론은 아일리아의 투약 용량을 늘려 투약 간격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리제네론은 기존 승인 용량 대비 투약 용량을 4배 늘려(2㎎→8㎎) 12주 또는 16주 간격으로 투약한 임상 3상 결과를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48주 동안 평가한 결과, 아일리아의 기존 투약 방식(2㎎ 4주 간격)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FDA에 조만간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일리아의 고용량 용법은 리제네론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와의 격차를 벌이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임상은 2㎎ 4주 요법으로 시행한 것이기 때문에 고용량에서도 아일리아와 생물학적으로 동등한지 입증하기 위해선 고용량 요법 임상을 별도로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천당제약 알테오젠 셀트리온 로피바이오 등 5곳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