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주차타워 화재 감식 결과 "건물 외부에서 최초 발화 확인"

화재 원인은 "발화지점 적재물 시료 채취해 확인 예정"
급속한 화재 확산 원인 "알루미늄 패널 접착제 탓"
지난 9일 부산 도심에서 발생한 오피스텔 주차타워 화재는 건물 외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소방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산경찰청, 전기안전공사는 10일 오피스텔 주차타워 화재 관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발화지점이 주차타워 건물과 인근 2층 건물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희곤 부산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계장은 "주차타워 건물 내부에는 화재로 인한 피해가 현재로서 없는 상태이고, 주차타워 내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주차타워 외부 지상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23층까지 'V'자 패턴으로 연소가 확대한 것을 볼 때 외부 지상에서 화재가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부산소방본부가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한 두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에는 쓰레기나 각종 적재물 등이 많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소방본부는 현재 해당 적재물들의 시료를 모두 채취해 어떤 원인으로 불이 시작됐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확인할 시료가 많아 원인조사는 최소 보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소방본부는 전날 주차타워의 급속한 화재 확산 원인으로 지목했던 외벽 소재를 드라이비트 공법의 스티로폼이라고 밝혔던 입장을 뒤집고 '알루미늄 복합 패널'이라고 정정했다. 알루미늄 복합 패널은 얇은 알루미늄판 사이에 글라스울이라는 소재를 넣어 접착제로 붙인 것을 말한다.

부산소방본부는 알루미늄 복합 패널에 쓰인 접착제가 급속한 연소 확대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알루미늄이나, 글라스울 등은 불에 타기는 하지만, 소방법상 난연 1급 소재라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복합 패널 속 접착제 등이 화재 확산의 원인이 된 사고는 2020년 울산 주상복합 화재와 2010년 부산 해운대 우신골드스위트 아파트 화재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합동 조사에 참여한 최재욱 부경대학교 소방공학과 교수는 "해운대 우신 골드 아파트 화재 때 알루미늄 패널의 접착제도 산소지수가 15%만 되어도 타는 기름 같은 소재였다"면서 "주차타워 화재 접착제의 산소 지수도 얼마인지 추후 실험을 통해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법은 2010년 이후 건물 외장재를 난연성 소재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접착제와 관련한 규제는 따로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난연 소재로 지어도 접착제가 가연성 소재여서 규제 효과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된다.

부산에는 알루미늄 복합패널 외벽으로 지은 건물이 53개 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외장재를 난연성 재료를 사용해도 접착제 때문에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내에서도 재료는 어떤 것으로, 규모는 어떻게 이런 식의 규제를 하기보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화재가 났을 때 불이 몇 분, 몇 시간 이상 지연되는지 화재 성능 설계 위주로 규제가 이뤄져야 바람직한 게 아닌가 하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