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지 말라"는 이유 있었네…세계 3위 中 TV의 '굴욕'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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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TV 업체 부스 가보니"아니, 왜 만질 수 없게 해놨을까…."
카피캣 스마트폰·벗겨진 TV 등 '굴욕'
지난 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중국 가전업체 TCL 부스를 둘러보던 관람객들은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만질 수 없다"…갤폴드 카피캣·벗겨진 TV '어쩌나'
이들은 스마트폰 전시공간에서 TCL의 프로젝트 '시카고'란 이름으로 개발된 폴더블폰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제품은 언뜻 보기에도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과 흡사한 외형으로 디자인됐다.가까이 다가가 만져보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휴대폰이 유리관 안에 전시돼 접고 펴거나 화면을 터치할 수 없게 해놨기 때문이다. 폴더블폰뿐만이 아니었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가 대거 전시된 스마트 기기 전용 부스에서 직접 손끝으로 작동시켜볼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었다. 스마트폰부터 스마트워치, 가상현실(VR) 헤드셋, 디스플레이 상품까지 모두 유리관 안에 곱게 '모셔져' 있었다.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신제품과 신기술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CES 행사장에서 '유리관 전시'는 이례적 광경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주요 기업들이 제품을 직접 느껴보고 체험해볼 수 있게 부스를 조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비자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하는 신제품들이 유리관에 전시된 이유는 내구성이 약하다는 기술적 한계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장에 있던 직원은 "이 제품들은 아직 출시되지 않은 프로토타입(시제품)이기 때문에 체험할 수 없게 막아놨다"고 말끝을 흐렸다.TCL 대표 품목인 TV가 전시돼 있는 부스에는 "만지지 마시오"라고 적힌 팻말이 곳곳에서 보였다. 98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LED TV 제품은 놀랍게도 화면 곳곳에 보풀 일듯 군데군데 벗겨진 흔적이 포착되기도 했다. 자사 LED TV 제품으로 혁신상 2개를 받았다는 '기술력'이 무색해진 대목이었다.
삼성 옆 500평 부스 차리고 홍보 안간힘…기술력은 '굴욕'
글로벌 TV 시장 3위 TCL은 이번 'CES 2023' 부스 조성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행사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 내 명당 자리로 꼽히는 삼성전자 부스 바로 옆에 붙어 무려 1650m²(약 500평) 규모를 임차했다. 초대형 부스를 차린 삼성전자(3368㎡)와 LG전자(2044㎡)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공식 파트너란 점을 어필하고 센트럴홀 입구에 광고판을 부착했다.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상당히 애쓴 모습이다.TCL은 부스에 98인치 미니 LED TV 신제품과 QLED TV를 전면에 내세워 전시했다. 얇은 두께를 강조한 울트라 슬림 8K 미니 LED TV도 함께 선보였다. TV 외에도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부터 게이밍 존, 사물인터넷(IoT) 홍보 공간까지 국내 가전업체들 부스 구성을 모방한 점도 눈에 띄었다. 특히 게이밍 모니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용 공간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전시 공간이 절로 연상될 만큼 비슷했다.국내 우수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의 인기 제품을 따라하기에 급급했지만 정작 기술력에서 '굴욕'을 드러낸 셈. 실제로 TCL은 최근 퀀텀닷(QD)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연내 출시 계획을 철회했다. CES 2023 개최 전까지만 해도 올해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돌연 중단됐다. 업계는 OLED 기술력 부재 및 패널 공급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현장에서 만난 국내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스마트폰부터 가전제품, 부스 공간까지 모두 국내 기업들의 아이디어를 모방하고 있다"면서도 "자세히 뜯어보면 제품력부터 차별화된 고객경험까지 완전히 따라오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라스베이거스=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