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기후변화와의 '헤어질 결심'

지구를 향해 떨어지던 미국 지구관측위성 'ERBS'의 추락 예측 범위에 한반도가 포함되면서 9일 한때 비상이 걸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우주위험대책본부를 소집했고, 추락 예상 시간이 근접해진 시점에서는 대국민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12:20∼13:20 사이 한반도 인근에 미국 인공위성의 일부 잔해물이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렸다. 다행히 이 위성은 별다른 피해 없이 알래스카 인근 바다로 추락했다.

추락한 ERBS는 1984년 10월 챌린저 우주왕복선에서 발사된 뒤 지구 열복사 분포를 관측하고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해 온 지구관측 위성이다.

당초 임무 기간인 2년을 훨씬 넘겨 2005년까지 21년간 지구 대기를 관측했다. 이 위성은 성층권에서 태양 자외선을 차단해 지구상의 생명체 보호 역할을 하는 오존층이 차츰 옅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1987년 오존층 파괴물질 규제를 골자로 하는 몬트리올의정서 체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RBS 추락 다음 날 오존층 파괴 문제와 관련해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 국립해양대기국(NOA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발간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정책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오존층이 2040년까지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훼손이 심했던 극 지역은 이보다 늦어 북극은 2045년까지, 남극은 2066년까지 해당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지구 환경이 인류의 노력으로 뚜렷하게 개선될 수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기에 매우 고무적이다. 오존층은 상층 대기의 일부인 성층권에서 오존의 농도가 높은 곳을 의미한다.

1974년 당시 냉장고 등의 냉매로 사용되던 프레온 가스(CFCs.염화불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이후 지구촌의 보호 노력이 시작됐다.

남극 상공의 오존구멍 위성사진이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고 그 시급성이 대두된 끝에 1987년 '오존층 파괴 물질에 관한 몬트리올의정서'가 체결되며 세계 각국의 오존층 파괴물질 감축 노력은 본격화됐다.

1989년 발효된 몬트리올의정서는 염화불화탄소 또는 프레온가스, 할론 등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에 대한 사용 금지 및 규제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2년 2월 이 의정서에 가입했고, 국내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오존층보호특정물질제조규제법을 1991년 제정했다.

몬트리올의정서 발효 이후 세계 각국의 CFC 사용은 99%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정서 채택 35년이 지난 시점에서 확실한 회복 추세가 확인되고 구체적 회복 시기도 예상된 셈이다.

인류의 노력으로 오존층이 복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기후위기 전반으로 인류의 노력을 확대해 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요원하다.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구체화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지난해 지구촌 곳곳에서는 폭염, 가뭄, 산불, 폭우, 홍수 등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가 벌어졌다.

극단적인 기상재해의 원인으로 단연 기후변화가 지목됐다.

이런 가운데 작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주목을 받았지만 온실가스 추가 감축에 대해서는 사실상 별다른 진전을 내놓지 못했다.

"우리의 지구는 아직 응급실에 있다.

지금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하게 줄여야 하는데 이번 총회에서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안타까운 언급도 나왔다. 오존층 파괴에 대한 인류의 공동 대처와 가시적으로 확인되는 효과들이 기후변화와의 '헤어질 결심'을 앞당기고 인류의 노력을 강화하는 또 하나의 자극제이자 '강화(reinforcement)'가 됐으면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