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동산 PF 경색에…청담동 금싸라기 땅도 '공매 위기'
입력
수정
지면A23
고급 주거시설 '루시아 청담'▶마켓인사이트 1월 10일 오후 3시20분
메리츠화재·SK증권 등 대주단
1500억 만기연장 해주지않아
시행사 "분양할 것" 강행 의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에 서울 강남 한복판의 ‘금싸라기 땅’도 공매 위기에 처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엔드 주거시설 ‘루시아 청담 514 더 테라스’(투시도) PF 대주단은 대출을 해줬던 청담복합피에프브이(PFV)에 기한이익상실(EOD)을 통보했다. 대출 만기일인 지난달 20일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자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은 것이다.
메리츠화재, SK증권 등으로 구성된 대주단은 총 1500억여원의 자금 회수를 위해 청담복합PFV와 협의 중이다. 대주단은 이달 말까지 상환되지 않으면 담보로 갖고 있는 강남구 청담동 49의 8 일대 부지를 공매로 넘겨 대출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해당 부지는 부동산 디벨로퍼 루시아홀딩스가 하이엔드 공동주택·오피스텔 복합건물인 루시아 청담 514 더 테라스를 짓기 위해 매입했다. 청담 514 더 테라스는 자산가를 타깃으로 기획된 고급주택이다. 평당 가격이 2억원 중반에 달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직 숲 도시’를 표방하는 건물로도 주목받았다. 지하 6층~지상 20층, 공동주택 27가구와 오피스텔 20실을 합쳐 총 47가구로 계획됐다. 배우 장동건·고소영 부부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청담동 ‘PH129’, 인기가수 아이유가 130억원에 분양받아 화제가 된 ‘에테르노 청담’이 인근에 있다.
루시아홀딩스는 시공사를 선정한 뒤 분양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대주단은 최초 대출 당시엔 청담동에 있는 고급 주거시설이라 사업 위험이 적을 것으로 평가했으나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만기 연장을 해주더라도 본 PF 전환 등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을 것으로 판단한 일부 중순위 대주가 “지금이라도 팔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며 자금 회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금융회사는 만기 당일까지 연장에 힘을 실었지만 중순위 대주의 자금 회수 의견이 확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대출 만기 연장은 대주단 전원 합의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
부지 감정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지만 공매가 진행되면 대출 금액인 1500억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선순위로 950억원을 빌려준 메리츠화재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지만 후순위 대출에 인수 확약한 SK증권은 난감한 상황이다. 후순위 채권자는 가격이 떨어질수록 먼저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기 때문이다.시행사 루시아홀딩스는 사업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루시아홀딩스 관계자는 “대주단과 좋은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며 “협의를 마친 뒤 시공사를 선정하고 사전 청약 계획까지 잡아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