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마케팅 이야기] 삼성전자 비스포크 '개인화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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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 C&P 전략팀 선임 기자‘포화 상태의 가전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전달해야 할까.’ 삼성전자는 새로운 수요 창출이 절실했다. 가전업체 이미지를 벗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맞춤형 가전 시대를 위한 ‘비스포크 가전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가 삼성전자의 개인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 사례를 살펴봤다. 기존 가전 브랜드들은 소비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기보다는 공통점이 있는 다수의 고객층을 공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프리미엄, 1인 가구, MZ(밀레니얼+Z)세대 등과 같이 타깃 고객을 표현하는 말 역시 각자의 취향을 반영한 것은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백색 광선을 수많은 색상으로 투영해내는 프리즘처럼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맞춤형 가전 시대를 만들기로 했다.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첫 번째 결과물이 비스포크 냉장고였다. 1도어부터 4도어까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생애주기에 따라 더하거나 빼는 등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하도록 모듈을 설계하고 다양한 색상과 재질의 패널을 선택해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가전 제조업체가 생산, 물류, 수요 예측 등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이처럼 제대로 된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는 쉽지 않았다.삼성전자의 도전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결국 비스포크 트렌드는 가전업계뿐 아니라 모바일, 자동차, 가구 등 여러 업계로 확산됐다. 비스포크는 ‘되다(BE)’와 ‘말하다(SPEAK)’의 합성어다. 맞춤형 양복과 같이 주문 제작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스포크가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맞춤형 가전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개인화 수준 제고가 과제
삼성전자는 2021년에 ‘비스포크 홈’ 라인업을 완성했다. 소비자들의 토털 인테리어에 대한 니즈를 적극 반영해 냉장고에서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주방가전은 물론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청소기 등 집안 전체를 비스포크 가전으로 맞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엔 MZ세대 지향이었던 기존 비스포크 홈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층 품격 있는 주방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비스포크 개념은 유지하면서도 소재와 기능을 더욱 고급화한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을 선보였다.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비스포크는 가전 산업에서 ‘개인화 마케팅’을 추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개인화 마케팅은 극단적으로 한 명, 한 명의 서로 다른 니즈 차이에 집중한다”며 “제조업의 특성상 극단적으로 개인화된 제품을 제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가전제품에서 얼마나 디테일한 부분까지 낮은 비용으로 개인화를 실현할 수 있는지가 주요 과제”라고 지적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블로그의 텍스트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소비자들이 대체로 비스포크의 콘셉트를 잘 이해하고 있으나, 부정적인 목소리도 존재하므로 지속적으로 개선점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