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A4용지 6장 서면진술서 제출…檢 핵심 질문엔 답변 피해

檢, 이재명 12시간 조사

李 "기소 명백…조사과정서 느껴"
지도부 등 野의원 40여명 동행

민주당 "대표 겨냥한 보복 수사"
국민의힘은 "피해자 코스프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히 맞서겠다”고 자신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선 “충실하게 설명할 건 설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된 검사들의 질문에 사전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거론하면서 “더 설명할 게 없다”며 진술을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지지자 호위 속 출석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10일 경기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이 “이재명 무죄”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검찰 ‘팽팽한 신경전’

이 대표는 이날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약 12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과 관련된 제3자 뇌물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이 대표를 추궁했다.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어차피 (검찰의) 답은 정해져 있다”며 “기소할 것이 명백하고 조사 과정에서도 그런 점이 많이 느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검찰이 제시한) 여러 자료를 봐도 납득할 만한 건 없었던 것 같다”며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혐의 사실을 반박하는 A4 용지 6장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한 뒤 검찰 질문엔 “서면 진술서 내용으로 갈음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리한 질문은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받기 전 검찰이 예우 차원에서 제안한 성남지청장과의 ‘티 타임’도 거절했다. 이런 상황을 전해 들은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가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FC 구단주인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네이버, 두산건설 등 6개 기업으로부터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기업이 지급한 돈은 후원금이 아니라 계약에 따른 광고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한 뒤 늦어도 이달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감 표명 없이 할 말만 한 李

이날 여야는 ‘야당 대표의 검찰 소환 조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하루종일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께 수원지검 성남지청 정문에는 이 대표 지지자들과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보수단체 회원 등 5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렸다. 성남지청 인근에 운집한 ‘개딸’ 등 지지자들은 “우리가 지켜드리겠습니다”라고 이 대표를 응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 조정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와 40여 명의 의원이 이 대표와 동행했다.

오전 10시35분께 포토라인에 선 이 대표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 11분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엔 “검찰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다”고 답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이재명이 아니라 대통령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기획, 보복수사라고 규정하고 이 자리에 함께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與 “피의자가 개선장군 행세”

< "구속 수사하라" > 보수단체 회원들이 성남지청 맞은편에서 “이재명을 체포하라”며 이 대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맞불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은 “범죄 피의자가 개선장군처럼 위세를 부린다”고 맞받았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SNS에 “이 대표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국민은 대추나무 연 걸린 듯한 그의 권력형 비리를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대장동, 백현동,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은 단군 이후 최대 비리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 주변에서 병풍을 쳤던 민주당 의원들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며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자 드가자(들어가자)’라고 외치는 최형배 일당을 보는 줄 알았다”고 꼬집었다.

설지연/전범진/최한종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