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DX 이끄는 K 스타트업…일본판 '화해'로 승부수 [허란의 VC 투자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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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C 겨냥 K-뷰티 플랫폼의 일본 진출국내 스타트업이 일본의 디지털전환(DX) 시장을 침투하고 있다. 기업 대상(B2B) 수익화 모델뿐만 아니라 개인 대상(B2C) 앱 서비스 기업들도 속속 일본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엘리나, 23억 시리즈 A 투자유치
일본판 '화해'로 불리는 K-뷰티 플랫폼 '체코(Checco)'를 운영하는 엘리나는 23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기존 투자자인 티비티파트너스 주도했으며, 아모레퍼시픽과 일본 대기업이 전략적 투자자로 새로 참여했다. 누적 투자금은 33억원이다.
일본판 '화해'... 성분 분석부터 특가 판매까지
엘리나는 2020년부터 일본에서 K-뷰티 플랫폼 프리코를 운영해 왔다.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25만 건으로, 일본 애플 앱스토어의 한국 화장품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월부터 프리코를 체코로 리브랜딩 하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체코는 한국의 ‘최고’라는 뜻과 화장품의 성분을 체크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브랜드명이다.
체코의 인공지능(AI) 피부 진단 서비스는 일본 내에서도 유일한 서비스로 꼽힌다. 소비자의 피부를 진단하고 15만개의 화장품 전 성분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피부 상태에 최적화된 화장품을 추천해준다.
이밖에 한국 화장품과 일본 화장품의 인기 순위 정보 제공,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후기 공유, 특가 판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며 일본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체코 플랫폼에서 화장품 가격 비교 후 아마존, 큐텐, 라쿠텐 등의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확대했다. 신제품 체험단 및 무료 샘플 체험도 운영하고 있어 일본에 진출하려는 한국 화장품 기업은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화장품 유통시장 DX 선도
일본은 세계 3대 화장품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은 1조원을 돌파했으며, 한국은 일본의 화장품 수입국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내 화장품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한서윤 TBT 팀장은 “일본 화장품 시장은 세계 3대 시장으로 꼽히지만, 한국의 ‘화해’ 플랫폼처럼 화장품 성분을 기반으로 하는 뷰티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지 않다”며 “이런 점에서 엘리나의 AI 피부 진단을 통해 개별 상태에 맞는 성분의 화장품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일본 소비자의 구매력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정재우 엘리나 대표(사진)는 “이번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체코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기존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할 때 경험했던 불편함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통' 연쇄 창업가가 만든 K뷰티 플랫폼
엘리나를 창업한 정 대표는 연쇄 창업가로 일본의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15년 이상 일한 '일본통'이다.그는 1998년 국내 최초 미디어렙사 리얼미디어 코리아를 설립해 2004년 미국의 WPP 광고 그룹 계열사인 24/7 미디어에 매각했다. 이후 24/7 리얼미디어의 아시아 총괄 대표, 검색광고대행사 DTSI(일본 덴츠와 미국 24/7 미디어의 합작법인) 대표이사 등을 일본에서 15년 이상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근무했다.정 대표는 2014년 인터넷광고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기업 '에이원' 플랫폼을 일본에 설립하며 언론사 대상 B2B 수익화 모델을 구축한 데 이어 2020년 일본 B2C 시장을 겨냥한 엘리나를 국내에 설립했다.
그는 "일본 모바일 플랫폼은 철저히 내수용"이라며 "일본 진출을 고려하는 국내 스타트업은 글로벌 사용자 경험·인터페이스(UX/UI)보단 일본인들에게 통하는 UX/UI를 구축하는 등 시작부터 현지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