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고지 체납 나오면 언제라도 계약해지…전세사기 방지 특약

공인중개사협회 결의대회 열고 5개 특약항목 약속
확정일자 받기로 한 다음날까지 저당권 설정 안돼
다른 사람에게 주택 매도할 경우 세입자에게 알려야
공인중개사협회가 주택 임대차 관련 계약서에 전세사기 방지 관련 특약을 삽입하기로 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11일 서울 관악구 공인중개사협회회관 대회의장에서 전세사기 예방 및 근절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협회는 현재 사용하는 임대차계약서에 이달부터 5개 특약 항목을 넣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세입자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기로 한 다음 날까지 집주인이 저당권 등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다. 세입자가 계약 당일 확정일자를 받아도 법적 효력은 다음 날 발생하는 점을 집주인이 악용해 전세 계약 후 은행 등에서 담보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임대인은 국세·지방세 체납, 근저당권 이자 체납 사실이 없음을 고지함'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임대인이 서명하도록 했다.

임대인이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국세나 지방세 체납 사실이 확인된다면 임차인이 본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별도의 손해배상 없이 본계약 해제와 동시에 임대인이 보증금 등 원금을 전부 임차인에게 반환한다는 조항도 넣었다. 임대인이 주택을 다른 사람에 팔 경우 사전에 임차인에게 고지하도록 했다.

임대차 계약을 한 지 한 달 만에 집주인이 바뀌어 피해를 봤다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많은 상황을 고려했다.
협회는 또 나이스신용정보와 업무협약(MOU)을 통해 임대차 계약 때 공인중개사가 임대인 신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올해 상반기 중 부동산거래정보망 '한방'에 임대인 신용정보 조회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고의로 사기·횡령을 한 공인중개사에 대해선 민형사상 판결을 확인해 공제가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협회는 공인중개사에게 임대인의 세금 체납,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 총액 정보를 폭넓게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종혁 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공인중개사가 임대인 관련 정보를 임차인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떼는 구시대적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 조회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0세대 미만 주택에 대한 분양 자격이 특정되지 않아 분양 및 임대차 사기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며 "이런 주택의 분양 대행과 임대차 업무를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춘 이들이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전세사기 위험성이 보일 경우에는 19개 시·도지부에 설치된 '전세사기 피해 예방 및 불법중개 상담 신고센터'(☎1522-1805)에 신고해달라고 소속 회원들에게 당부했다.

협회는 "책임 있는 중개업무를 통해 전세사기를 방지한다"는 결의문을 냈지만, 공인중개사가 가담하거나 방관한 전세사기 사건이 최근 다수 발생하고 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국토부 남영우 토지정책관은 "공인중개사 자격 제도와 중개사에 대한 전반적 신뢰의 위기 상황"이라며 "결의대회가 공인중개사 신뢰 회복을 위한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