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오스코텍, SYK 저해제 효능 증명 기로에 놓인 배경은

오는 2월 내에 탑라인 결과 발표
같은 길 걸은 선발주자 미국 회사
면역혈소판감소증 FDA 허가 사례
오스코텍이 기업가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YK 선택적 억제제인 세비도플레닙(Cevidoplenib)의 유효성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앞서 세비도플레닙은 류머티즘 관절염 임상에서 유효성 입증을 하지 못한 바 있다. 업계는 이번 임상 결과가 세비도플레닙의 신약으로서 가치를 증명할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11일 오스코텍에 따르면 면역혈소판감소증(ITP) 치료제로 개발 중인 세비도플레닙 임상 2상에 등록한 마지막 환자의 기관 방문이 마무리됐다. 오는 2월 중순 탑라인 결과 발표, 상반기 중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를 수령할 예정이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자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제노스코는 유한양행이 2021년 7월 국내에 출시한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다. 한때 비상장사 제노스코의 기업가치와 세비도플레닙의 가치에 힘입어 오스코텍 주가는 시가총액 2조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세비도플레닙의 류머티즘 관절염 임상 2상 유효성 확보에 실패했고, 시총은 6000억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영국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의 세계 시장 규모가 70조원인 반면 면역혈소판감소증은 약 1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오스코텍은 2019년부터 면역혈소판감소증 적응증으로 세비도플레닙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경구용으로 200mg, 400mg 용량의 유효성을 검증 중이다. 임상 1상은 류머티즘 관절염 안전성 데이터를 대체해 건너뛸 수 있었다. 류머티즘 관절염에선 100mg, 200mg, 400mg 세 가지 용량에서 임상을 진행했었다.이에 대해서 오스코텍 관계자는 “비임상에서 최대 효과 용량을 확인해서 설정을 한 것”이라며 “임상 1상 비용절감을 위해서 같은 용량을 설정한 게 아니다. 두 적응증은 다른 질환이지만, 우연히 비임상에서 같은 용량 설정이 나왔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에서 SYK 선택적 억제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신약은 단 하나다. 선발주자인 미국 라이젤(Rigel)의 포스타마티닙(Fostamatinib)도 세비도플레닙과 같은 길을 걸었다. 포스타마티닙은 당초 류머티즘 관절염 신약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임상에 실패했다. 이후 면역혈소판감소증 적응증으로 개발에 착수,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세비도플레닙과 마찬가지로 경구용이며, 미국 시장에서 제품명은 타발리스(Tavalisse)다. 용량은 세비도플레닙보다 적은 100mg, 150mg이 판매되고 있다. 라이젤은 지난해 포스타마티닙으로 매출 6300만 달러(784억원)를 올렸다. 이처럼 이미 SYK 선택적 저해제 계열에선 세비도플레닙과 같은 면역혈소판감소증 적응증으로 개발에 성공한 포스타마티닙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다. 오스코텍이 오는 2월 내놓는 탑라인 결과가 SYK 선택적 저해제 신약으로서 세비도플레닙의 가치를 가를 기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탑라인에서 유효성 입증뿐만 아니라 시장을 선점한 포스타마티닙의 효능을 뛰어넘는 결과가 관건일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젤은 임상 3상에서 포스타마티닙 투여 환자가 위약군 대비 안정적인 혈소판 반응을 달성했다. 혈액 uL당 5만개 이상의 혈소판이 유지된 환자수가 18%였다. 임상 1차지표는 치료 14주에서 24주 사이에 마지막 6번의 예정된 방문 중 최소 4번에서 혈액 uL당 5만개 이상의 혈소판을 달성하는 것으로 정의됐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세비도플레닙과 포스타마티닙 모두 SYK 저해제 계열이긴 해도, 약물 성분은 조금 다르다”며 “세비도플레닙이 임상에서 용량 설정을 포스타마티닙보다 더 많게 가져가고 있지만, 두 약물의 용량을 일대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또 "최종 용량 설정도 아직 임상 2상이기 때문에 차차 정해가야 할 문제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