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모빌리티 산업 선도국가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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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1981년 CD플레이어, 2000년 휴대용 PC, 2015년 사물인터넷(IoT).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선보인 혁신적인 제품이다. 전 세계 174개국 3000여 개 기업이 참여한 이번 CES 2023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이동의 혁신을 의미하는 ‘모빌리티’다. 그리고 그 모빌리티 분야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한국 대기업이 CES 2023 혁신상을 무려 9개나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수상의 영예를 얻은 혁신기술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선박 연료 공급 관리 시스템, 차세대 선박 전기 추진 시스템 등 해양모빌리티 관련 기술이 다수 포진돼 있다. 해양모빌리티 산업은 해양이라는 공간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화물 운송과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이동 수단 및 서비스·기술과 관련된 산업을 의미한다. 자율운항선박과 친환경선박이 대표적이며 해양 디지털 정보 교환·활용을 위한 장비와 플랫폼, 해양교통 산업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290조원 규모의 해양모빌리티 산업은 2030년엔 74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우선 자율운항선박의 글로벌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5년까지 160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1단계로는 선원 승선 없이 원격제어가 가능한 수준의 자율운항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 선박 완전자율운항을 목표로 후속 연구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 2031년까지 2540억원 규모의 암모니아·LNG·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핵심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2035년까지 6960억원을 투자해 GPS 위치 오차를 5㎝ 이하로 개선하는 초정밀 위성항법 기술 개발과 디지털 해상교통망 구축 사업도 추진한다.
해양모빌리티 기술 개발과 함께 국제 표준 선점과 국제사회 지지 확보를 위해 정부는 2027년까지 1322억원을 투자, 유엔 산하 해사전문기구인 IMO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국제 협력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규제 혁신을 통해 상용화를 촉진한다. 선원이 탑승하는 일반선박 기준으로 마련된 해사법령이 자율운항 선박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특례를 신설해 일반선박 기준의 선박 시설 기준 및 선박 검사 규정, 선원 승무 기준 요건을 완화한다. 또한 친환경 선박 시험운항 시 개별법상 별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시험·실증 특례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친환경·신기술 분야의 제품 승인 제도를 민간 주도로 전환해 인증 시간을 단축하고, 기술력과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이 조속히 상용화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한다. 친환경선박 건조·이용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증기기관의 등장은 산업혁명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인류에게 가져다줬다. 증기선으로 인류가 최초로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에 도착한 것과 같이 새로운 친환경·디지털 선박은 인류를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