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잠행 끝 공개 행보…몸값 키우며 스포트라이트 즐기나

공개 행보 재개한 나경원
"윤석열 정부 성공" 강조
'대통령과 갈등' 구도 벗어나려하나

고심 길어질수록 여론 집중
몸값 키우기 위한 행보란 분석도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그동안 나 전 의원은 저출산 대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뒤 공개 일정을 취소한 채 잠행을 이어왔다. 당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정치인으로서 몸값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청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잇따라 방문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밝힌 전날까지 외부 일정을 취소한 채 언론 접촉을 피하던 것과 다른 행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공개 석상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줄곧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동작구청 신년인사회에서 “외교 안보 경제 다 어려운 시기”라며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윤 정부를 든든히 뒷받침할 시기”라고 했다. ‘전대 출마 결심을 굳혔느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의힘 정당 민주주의, 윤석열 정부의 성공 등을 놓고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참석한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윤 정부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 절대 화합, 절대 단합, 일치단결해 내년 총선승리를 반드시 이루자"고 말했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들어 생긴 ‘비윤계’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이달 초 내놓은 현금성 저출산 대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지난 주말에는 ‘해촉’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치권에선 이를 “당대표 출마를 포기하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 출마를 강행할 경우 사실상 대통령과 맞서는 ‘비윤계’ 주자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나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과 갈등과 충돌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도 그럴 의도가 없다"고 했다. '제2의 이준석' 행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 제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란 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가 자칫 유승민 전 의원처럼 ‘반윤’으로 찍히면 당원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활동을 재개한 계기는 높은 지지세와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지지율 30.7%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을 향해 비판 메시지를 내놓은 지난 6일 이후 실시됐다. 하지만 전주 대비 유의미한 지지율 하락은 없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윤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지만, 나 전 의원은 정책을 두고 견해차가 있었지 대놓고 각을 세운 건 아니다”며 “도리어 동정표가 결집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사실상 당권주자 행보를 재개한 나 전 의원은 이날까지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정치적 몸값을 키우기 위한 의도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식 입장을 자제할수록 여론의 관심이 모이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전대 판도가 뒤바뀌기 때문에 최종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울 계기”라고 설명했다.

당안팎에선 나 부위원장 출마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로선 나 전 의원이 출마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지율 1위인 상황에서 출마를 포기하면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이 사실상 끝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대통령실과 물밑 소통하며 일종의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사의 수리를 안하고 있고, 나 전 의원도 사직서 제출을 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또다시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불거지면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통령실의 판단과 나 전 의원의 지지율 추이 등에 따라 결론이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