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1월 효과'…외인, 1.8조원 쓸어담았다

코스피 8거래일간 5% 올라
외국인, 中 리오프닝에 '사자'로
삼전 7300억·KB금융 840억 담아

美 12월 CPI 예상치 부합 땐
당분간 매수세 이어질 전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해 들어 국내 증시가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쏟아지던 ‘1월 효과는 없다’는 전망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올 들어 8거래일간 코스피지수는 5% 넘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외국인투자자가 약 1조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12일 발표되는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에 부합하면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순매수로 전환한 외국인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약 1조81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순매도 금액(1조6930억원)을 8거래일 만에 모두 되사들였다. 외국인의 순매수세는 코스피지수를 확 끌어올렸다. 이달 들어 5.51%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35% 오른 2359.53에 거래를 마쳤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단기적으로 인기가 없는 조치가 요구될 수 있다”며 매파적 발언을 내뱉었는데도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연말까지 매도세로 일관하던 외국인이 다시 돌아설 수 있었던 가장 큰 기폭제는 중국 정부의 국경 개방 조치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경기민감 업종군이 많은 한국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중국이 한국민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는 소식에도 이날 화장품, 항공, 면세점 관련주는 일제히 상승했다.반도체 등 기술주 업황이 상반기에 바닥을 다질 것이라는 전망도 외국인 수급을 끌어들였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 약세 전망이 힘을 받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달러당 1400원대를 넘나들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40원대로 하락했다.

반도체·은행주 집중 매수

외국인은 반도체와 은행 업종을 집중적으로 저가 매수했다. 이달 들어 순매수 1, 2위 종목은 삼성전자(7300억원)와 SK하이닉스(2610억원)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실적 충격)’가 오히려 설비투자 감소 기대를 키웠다.

3, 4위는 KB금융(840억원)과 하나금융지주(790억원)가 차지했다. 은행주의 배당 확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미국 12월 CPI가 시장 예상치(6.6%)와 비슷하게 발표된다면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증권가는 기대하고 있다.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데 그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경기 침체와 쪼그라들고 있는 상장사 이익을 우려하고 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급락 뒤 반등장에서 볼 수 있는 낙폭 과대 순환매 장세”라며 “추세적인 상승을 위해선 기업 이익 증가세가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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