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코스닥위원장에 '눈독' 들이는 전직 거래소 임원들

막강한 권한에 물밑 작업 치열
독립성 위해 거래소 출신 배제해야

전예진 증권부 기자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되는 가운데 거래소 전직 임원들이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독립성을 위해 외부 인사로만 구성하는 코스닥시장위에 경력을 ‘세탁’한 전직 인사가 발탁되면 위원회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출신인 대형 로펌의 A 고문은 올초부터 차기 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위해 ‘비공식’ 활동에 나섰다. 코스닥시장본부와 시장감시본부를 거쳐 현재 시장위원으로 활동 중인 B 기업 부회장도 위원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코스닥시장위원장은 통상 금융위원회가 추천한 인물이 선임된다. 위원은 코스닥협회, 변호사협회 등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거래소 출신은 이런 절차를 잘 알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과 협회의 인맥을 활용할 수 있어 유리한 위치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비상근인 코스닥시장위원장직의 인기가 높은 건 권한과 지위가 막강해서다. 코스닥시장위는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려는 기업의 상장 승인과 상장 폐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기구다. 과거 코스닥시장본부장이 위원장을 겸임했지만 2018년부터 외부에서 선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거래소와 위원회를 완전히 분리해 별도 기구로 설립했기 때문이다. 2018년 임명된 길재욱 전 위원장은 한양대 교수, 현 김학균 위원장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다.

거래소 안팎에서는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신라젠과 에이프릴바이오가 대표적 사례다. 코스닥시장위는 지난해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던 신라젠을 기사회생시키면서 주목받았다. 당시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 폐지를 결정했으나 코스닥시장위가 이를 번복했다. 최근엔 거래소 고유 권한이던 상장 심사 결과도 뒤집었다. 지난해 3월 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에서 떨어뜨린 에이프릴바이오는 코스닥시장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최종 승인을 받아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직 임원이 위원장으로 발탁되면 이 같은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안팎의 우려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거래소를 떠난 지 오래됐다고 해도 과거 근무 경험이 있거나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인사는 후보군에서 배제하는 게 맞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사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거래소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