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확 꺾인 美 물가…Fed '베이비 스텝' 유력

12월 물가상승률 6.5%

美 CPI 상승률 6개월째 둔화
전월 대비는 31개월 만에 하락

근원CPI 5.7%…전망치 부합
내달 금리 인상폭 줄어들 듯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확연히 꺾인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강도 높은 긴축이 본격적인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년 전 대비 CPI 상승률은 14개월 만에 6%대로 내려왔고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31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그동안 0.50%포인트 이상으로 결정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CPI가 전년 동월보다 6.5% 올랐다고 12일 발표했다. 6.2%를 기록한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7% 올랐다. 역시 시장 예상치(5.7%)와 부합했다. 지난해 11월 상승률(6.0%)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미국 CPI는 6개월 연속 둔화했다. 전년 동월 대비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 급등한 이후 7월부터 12월까지 계속 하락했다.

12월 CPI는 전월 기준으로 0.1% 떨어졌다. 전월 대비 CPI가 하락한 건 2020년 5월 이후 31개월 만의 일이다.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전망치와 같았다.에너지 비용이 전월 대비 크게 떨어진 영향이 컸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보다 9.4% 하락했다. 휘발유를 포함한 전체 에너지 부문 가격은 전월 대비 4.5% 떨어졌다.

다만 CPI의 30%를 차지하는 주거비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며 에너지 비용 하락폭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12월 주거비는 전년 동기 대비 7.5%, 전월 대비 0.8% 상승했다. 교통비와 의료 서비스 비용은 전년 12월보다 각각 14.6%, 4.1% 올랐다. 식료품 가격도 1년 전보다 10.4% 뛰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3%로 11월(0.5%)보다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중고차 및 트럭은 전월 대비 2.5% 하락하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항공료도 지난해 12월 3.1% 떨어지며 11월(-3.0%)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이날 CPI 발표 직후 국채 금리는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Fed의 긴축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은 일제히 올랐다. 이날 CPI 발표 직후 다우지수와 S&P500지수 선물은 각각 0.38%, 0.41%가량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선물은 약 0.33% 강세였다.

다음달 1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도 확산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다음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87.2%를 찍었다.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12.8%)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계속 내려가고 있다. 뉴욕연방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12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0%로 전월(5.2%)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 7월 후 최저치였다.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동일한 3.0%로 집계됐다.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4%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오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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