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필로폰 70% 밀수'…마약조직 일당 '덜미'

핵심조직원 6명 등 10명 기소
미국 거주 수뇌부 2명도 추적

작년 필로폰 27.5kg 몰래 들여와
시가 900억원…90만명 투약 분량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작년 미국에서 국내로 흘러들어온 필로폰 유통의 71%를 맡았던 마약조직 일당이 검찰에 적발돼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몰래 들여온 필로폰 27.5kg은 시가로 약 900억원어치로 90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연실)는 작년 미국에서 마약을 밀수입해 국내에 유통시킨 마약조직의 핵심 조직원 6명(구속)과 이들의 도피를 도운 4명(불구속)을 기소했다고 12일 발표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조직 총책임자 A씨와 관리발송 책임자 B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미국과 한국에 각각 거점을 두고 공항을 통해 마약을 밀수입했다. 공업용 스틸와이어와 가정용 사이클, 체스판 안쪽에 밀봉하거나 각설탕, 수족관용 돌, 시리얼 등에 섞는 수법으로 마약을 숨겨 국내로 들여왔다. 작년에만 필로폰 27.5kg과 MDMA(일명 엑스터시) 800정을 밀수입하고 대마 4.1kg를 운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필로폰 밀수입량의 경우 작년 미국에서 국내로 흘러들어온 필로폰(11월말 누적기준 38.7kg)의 71.0%를 차지했다. 미국은 멕시코, 라오스와 함께 최근 국내 마약조직이 필로폰을 구해오는 주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에도 44.3kg의 필로폰이 미국에서 국내로 넘어왔다.
수사팀은 2021년 12월 국내에서 마약 수령책임을 맡은 C씨와 B씨의 범행을 적발한 것을 시작으로 이 조직의 핵심 인물들을 줄줄이 붙잡았다. 지난 1년여간 통신계좌 추적, 구치소 접견기록 분석, 재판비용 출처 확인 등 정밀한 수사와 미국 마약단속국(DEA)과의 공조를 통해 조직의 실체와 범행 증거를 확보해왔다.

검찰은 이번 수사로 미국서 필로폰을 밀수해왔던 주력 조직을 붕괴시킴으로써 국제 마약조직이 국내로 마약을 밀수·유통하는 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미국과 한국에 거점을 둔 대형 국제 마약조직의 실체를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제범죄중점검찰청으로서 마약 밀수를 철저히 차단하고 마약조직을 끈질기게 수사해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