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두 아버지 죽음을 맞은 일본…30년 혼돈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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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사
요나하 준 지음|이충원 옮김
마르코폴로|648쪽 3만3000원


1989년 참의원 선거 직후 우노 소스케 총리가 헤이세이 시대 첫 총리로 선출됐다. 그는 자민당 사상 첫 파벌 영수가 아닌 총리였다. 파벌을 이끄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아이’인 채 나타나 대중적인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됐다. 저자는 이후에 주목받은 총리 3명(하시모토 류타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도 비슷한 모습이었다고 전한다.
헤이세이 전반 1990년대, 정체성의 상실에 빠진 일본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애니메이션 ‘세기 에반게리온’의 폭발적인 열풍이었다. 일본에서 사회현상으로 떠오른 이 애니메이션은 중학생인 주인공의 어두운 심리, 기독교와 이교도의 대립 등을 주제로 삼았다.저자는 헤이세이 시대를 관통하는 주요 사건으로 1995년 옴진리교의 테러, 2003년 이라크전쟁 자위대 파견, 2009년 비자민당 정권으로의 교체 등을 꼽는다. 무엇보다 헤이세이 23년(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후쿠시마 대지진과 쓰나미는 일본을 전후 대혼돈 시대처럼 되돌려 놨다.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은 2012년 역사적인 압승을 차지했다.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노믹스’를 지지했다. ‘잃어버린 20년’ 헤이세이의 정체에서 벗어나자고 외쳤다. 하지만 전후 고도성장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한계가 명확했다.
저자는 딱딱한 학술서의 필체가 아닌 소설과 같은 인문서의 형태로 사건들을 서술해 간다. 이 책은 ‘전후’도 ‘역사’도 사라져버린 일본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지식인의 생각을 엿보며 현재 일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