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설업계, 타워크레인 기사에 주던 '월례비' 중단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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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 속 첫 자정 결의서울·경기·인천·부산·울산·경남·광주·전남·전북·대전·세종·충남 등의 건설 업체들이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급하는 ‘월례비’를 다음 달 1일부터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에 정부가 강력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업계의 첫 자정 결의다.
12일 철근·콘크리트 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는 조만간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 중단을 추진할 예정이다. 월례비는 건설업계에서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수십년 동안 관행처럼 지급해 온 일종의 상납금이다.철근·콘크리트 협의회 관계자는 “월례비를 주지 않을 경우 태업이나 사업장 점거를 하는 등 그동안 당연시 돼온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악습을 끊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강원 등 지역에서도 동참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타워크레인은 큰 파일(기둥) 등을 박아 건물 기초를 다지는 기초 공사 단계부터 투입된다. 기사들은 시공사의 하청을 받은 장비업체에서 고용한다. 무거운 짐은 대부분 타워크레인을 사용하는데 기사의 역할에 따라 공기 단축될 수도, 길어질 수도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안전을 이유로 공사를 못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가 없다”며 “공사 전체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하루 공사 비용만 계산해도 이들의 월급보다 많게는 몇십 배 더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사 기간에 큰 영향을 끼치다보니 기사들은 하청 업체에 소위 월례비라는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다. 사실상의 상납금이다. 1980년대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담뱃값’ ‘간식비’ 명목으로 주기 시작한 돈이다. 현재는 이 비용이 지역별로 250만~500만원까지 올랐다.
철근·콘크리트 협의회는 2019년에도 월례비를 주지 않겠다는 결의를 했지만 건설노조의 압박 속에 다시 지급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 속해있다. 비노조원에게는 물건을 가져다 주지 않는 방식으로 비노조원을 차별하기도 한다.
월례비 전체 규모 역시 상당하다. 대전의 한 건설업체는 최근 3년 동안 지급한 월례비만 22억원을 지불하기도 했다. 노조 간부들에게 지급하는 전임비 등을 합치면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타워크레인 인부의 월 급여는 월례비를 합칠 경우 건설 노동자 평균의 두 배인 1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법원 역시 월례비 지급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19년 광주지법은 기사들이 수령한 월례비를 부당이득으로보고 반환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한 건설사는 2019년 전남 민주노총 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급여 외 월례비를 1인당 월 350만원씩 주다가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우섭/곽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