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청해진 세월호 유족에 위자료 157억 추가지급"

법원, 기무사 불법사찰 책임 인정
"유족에 대해 2차 가해"

국가·청해진해운 배상액 1심보다
157억 늘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12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국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1심보다 높은 배상액을 받게 됐다. 기무사가 저지른 유족 불법사찰 등이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광만 김선아 천지성)는 12일 전명선 4·16 민주시민교육원장 등 세월호 참사 유족 228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재판부는 "희생자 사망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는 합당하다고 판단해 전액을 인정하고, 위자료 청구도 1심과 동일한 액수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국군기무사령부가 직무와 무관하게 세월호 유가족의 인적 사항과 정치 성향 등을 사찰해 보고함으로써 원고들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정부의 2차 가해 관련해서는 친부모에 각 500만원, 계부·계모에 각 300만원, 그 밖의 원고에게는 100만원씩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이후 손해배상 기준이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한 것을 고려해 배상액 총 147억 원을 추가로 인정했다. 여기에 2차 가해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액 총 10억8000만원을 더하면, 정부와 청해진해운은 유족에 대해 1심보다 157억원 가량을 추가지급해야 한다.1심은 국가와 청해진해운이 공동으로 지급할 위자료를 희생자 1명당 2억원, 배우자 8000만원, 친부모 각 4000만원, 자녀, 형제자매, 조부모 등에게 각각 500만∼2000만원 등 총 723억원으로 정했다.


늑장구조에 불법사찰까지 인정한 法

세월호 참사 8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4월 15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찾은 단원고 학생들이 교실을 둘러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소송의 1심에선 청해진해운과 국가의 관리소홀 및 현장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었다. 여기에 2심은 기무사의 '불법사찰'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세월호 희생자 118명(단원고생 116명·일반인 2명)의 유족 355명은 2015년 9월 국가가 안전 점검 등 관리를 소홀히 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고 참사 발생 후에도 초동 대응과 현장 구조를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며 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선주사인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선체를 무리하게 증·개축했고 운항 과실과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이 회사를 상대로도 소송을 냈다.

1심은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은 점을 고려해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청해진해운의 책임도 인정했다.다만 유족들 가운데 228명은 책임 범위를 확대하라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에선 기무사의 불법 사찰 등 2차 가해에 대한 위자료도 추가 청구했다.

유족들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이 (국가의 2차 가해를) 인정한 부분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국가는 '진상규명과 안전 사회'를 외치는 유족과 시민을 종북 좌파로 몰아가며 온갖 탄압을 자행했다"며 "오늘 선고는 국가와 기무사의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는 국가폭력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