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중앙의료원 규모 축소될듯…기재부 "병상 1천50→760개 적당"

복지부 "우선 건립 후 추후 병상확대"…보건의료노조 "축소 결정 즉각 폐기해야"
국립중앙의료원이 신축·이전을 통해 진료 병상 수를 대폭 늘리려던 계획이 기획재정부의 사업비 삭감으로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신청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결정을 통보했다.

복지부는 당초 중앙의료원과 협의를 거쳐 의료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천50병상의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를 기재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의료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모두 760병상으로 운영하는 게 적당하다며 사업비를 1조2천341억원에서 1조1천726억원으로 축소 편성했다. 이는 중앙의료원이 이전하는 지역에 여러 대형병원이 있어 1천 개 이상의 병동은 과잉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1958년 설립된 중앙의료원은 비좁은 공간과 시설 노후화로 2003년부터 이전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코로나19 등으로 중앙의료원이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돼 국가 의료체계 내 역할이 커지면서 병원을 의료원 인근 미국 공병단 터로 이전하고, 중앙감염병병원을 함께 짓는 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기재부의 사업비 축소 방침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상급종합병원 규모로 확충하고 각종 국가중앙센터를 설치, 운영해 임상 역량을 높이기로 한 건 정부와 노조가 합의했던 사안"이라며 "중앙의료원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중추적 역할이 불가능하고,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국가적 과제도 심각히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설계 공모 등 건립사업을 위한 행정 절차를 우선 시작해야 하는 만큼 기재부에서 편성된 사업비로 사업을 시작하지만 추후 사업비 및 병상 확대를 기재부에 적극적으로 요청해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재부의 사업비 평가에서 활용된 건설 원자재, 인건비 등이 설계 이후 공사 시점에 이전보다 인상되는 만큼 인상 변동 반영이 필요하다"며 "총사업비 재조정 과정에서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중앙의료원에 기부한 7천억 원 중 5천억 원은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쓰이고, 나머지 2천억 원은 감염병 관련 연구에 투입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