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기타리스트' 제프 벡 별세

블루스·퓨전 혁신적 음색 창조
‘60여 년간 록 기타 외길을 걸은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 제프 벡이 별세했다. 향년 78세.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현지 언론은 11일(현지시간) 벡의 공식 웹사이트를 인용해 그가 전날 세균성 수막염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에릭 클랩턴, 지미 페이지와 함께 3대 기타리스트로 꼽혔던 벡은 블루스와 퓨전 재즈, 하드록을 넘나들며 혁신을 추구하며 테크닉적으로 후배 연주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페이지는 벡을 조명한 2018년 다큐멘터리에서 “모두가 제프를 존경한다. 그는 보기 드문 뮤지션으로, 연주할 때 (단순히 연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대화를 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블랙 새버스의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는 트위터를 통해 “그는 시대를 상징하는 천재적인 기타리스트였다”며 “제프 벡과 같은 사람은 또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애도했다.벡은 1944년 영국 웰링턴에서 회계사 아버지와 초콜릿 공장에 다니던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12∼13세 무렵 기타를 직접 만들어볼 정도로 기타에 흥미를 보인 그는 윔블던 미술대학에 진학했으나 미술보다는 밴드 활동에 몰두했다. 1965년 밴드 ‘야드버즈’에 클랩턴의 후임으로 가입한 것을 계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72년 밴드를 해산한 벡은 3인조 밴드 ‘벡, 보거트 앤드 어피스’를 거쳐 1975년 영국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조지 마틴과 팀을 이뤄 제작한 연주앨범 ‘Blow by Blow’를 발표해 1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록 역사에 남을 명반으로 꼽히는 이 앨범 수록곡 ‘She’s a Woman’에서 그는 인간의 목소리를 기타 음색으로 변조시키는 이펙터인 토크박스를 사용했다.

벡은 2010, 2014, 2017년 세 차례 내한 공연을 펼쳤다. 유족으로는 2005년 결혼한 부인 샌드라 캐시가 있다. 분신과도 같았던 흰색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도 주인을 잃게 됐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