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의 '기회소득' 실험, 보편복지 아니라지만…

현장에서

"장애인 등에 기회소득 주지만
무상·기본 아닌 조건부 지원"

"사실상 보편복지 성격" 비판
"생계비론 너무 적다" 불만도

김대훈 사회부 기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참신한 인센티브’ vs ‘시장주의로 버무린 또 다른 보편복지’.

김동연 경기지사의 ‘기회소득’ 실험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경기도는 하반기부터 도내 중위소득 120% 이하(연소득 2900만원 이하) 예술인 1만1000명에게 120만원을 현금으로 주는 기회소득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장애인 2000명에게도 1인당 5만원씩(최장 6개월)을 지급할 예정이다.발표 즉시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물론 엇갈린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뜨악한’ 평가가 먼저 나왔다. 이원재 경기도 정책비서관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대안”이라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 비서관은 기회소득 밑그림을 그린 당사자다. 그는 싱크탱크 여시재,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민간연구소 랩2050 대표를 지낸 경제전문가로 지난해 9월 경기도에 임용됐다.

‘김동연식 기회소득’은 보편적 기본소득, 선별적 복지와는 다른 부가가치가 있다는 게 이 비서관의 설명이다. 예술가의 작품 활동은 사회 품격을 높이고, 장애인 기회소득도 장래 이들에게 투입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 비서관은 “유럽에서 ‘참여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정책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기회소득이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내지 않은 배달업 종사자에게 안전기회소득을 지급하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농촌마을에 환경기회소득을 주는 방안도 이런 취지에서 고안됐다. 도는 “배달 플랫폼 도입 이후 늘어난 오토바이 사고를 줄이고, 친환경 발전을 늘리는 사회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그럼에도 당분간은 찬반 논란이 가시지 않을 듯하다. 도내 예술가 절반 이상이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선 ‘보편복지’라는 공격을 받고, 1인당 지원 금액이 적다는 측면에선 ‘이도 저도 아니다’는 비판이 예술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도 역시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정책 자체가 ‘복지’ 성격을 띠다 보니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게 당장의 숙제다. 이 비서관은 “당사자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 정책 실험을 계속하면서 대상과 금액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통적인 건 ‘김동연답다’는 평가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정책으로 주목받을 욕심이 있었다면 도내 예술인 1000명에게 연 1000만원을 지급하는 화끈한 방법을 택했을 텐데, 거기까지 나아가진 못했다”며 “보편복지는 안 된다는 시장주의자 김동연과 예산의 한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경제관료 김동연의 면모가 모두 담겼다는 것 자체가 고민의 시작”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