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한테 생선 맡기는 꼴"…석유회사 CEO,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의장 선출

개최국 UAE가 의장 선임 권한 가져
환경단체들 "이해충돌 여지 커"
아랍에미리트(UAE)가 올해 11월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으로 술탄 알자베르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회장을 지명했다.

알자베르 CEO는 12일(현지시간) 국영 WAM 통신을 통해 "올해는 향후 10년간 기후 행동을 위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UAE는 높은 수준의 목표와 강한 책임감으로 COP28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UAE의 기후 특사이기도 한 알자비르 회장은 "우리는 기후 안정을 유지하면서 저탄소 경제 성장을 이룰 실용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자비르 회장은 "UAE가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각국을 중재할 능력이 있다"며 "공공기관·정부는 물론 민간 부문까지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포괄적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AM에 따르면 UAE가 세계 70개국이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에 500억 달러(약 62조 3000억원)를 투자했으며, 향후 10년간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매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최국은 회의를 이끌 의장을 지명한다. 통상적으로 의장 지명자는 COP 개막 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의 반대 없이 확정된다. 기후 의제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난제로 여겨져기 때문에 통상 개최국의 외교관들이 의장직을 맡았다.

중동 지역 대표 산유국 중 하나인 UAE는 하루 400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생산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원유 생산 할당량을 하루 500만 배럴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해 왔다.

탄소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석유 분야 기업 회장이 COP 의장으로 지명되자 환경단체 등은 즉각 반발했다.1900여개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하는 국제 기후행동 네트워크의 하르지트 싱 대표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석유회사 회장이 COP 의장직을 맡는다는 것은 놀라운 이해충돌"이라면서 "기후 회의에서 오염을 일으킨 자들이 설 자리는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비영리단체 글로벌위트니스의 앨리스 해리슨은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회담에 무기 거래상을 참여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왜 석유 기업 경영자들이 기후회담을 이끌도록 내버려 두느냐"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