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외국인이 바라본 북한의 실상 "김여정은 정치에 몸담고 싶어했다"

김정은과 김여정
마키노 요시히로 지음
한기홍 옮김
글통
328쪽 / 1만5000원

위대한 독재자와 전투기 조종사
블레인 하든 지음
홍희범 옮김
마르코폴로
336쪽 / 2만7000원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전년에 개최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것이었다. 종전선언 등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그러나 합의 결렬로 인해 회담이 취소됐고, 그 기대는 무너졌다.

이런 과정 속에서 북한의 권력자인 김정은만큼이나 주목받은 사람이 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다. 하노이 회담 실패로 김여정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대신 각종 담화를 발표하는 등 대내외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백두혈통’인 김여정의 입지는 견고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김여정은 “정치에 몸담고 싶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여정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낙점될 수 있을까.
1953년 9월 북한군 파일럿 최초로 비행기를 몰고 귀순한 사람이 있다. 노금석 씨다. 김일성이 미국과의 전쟁을 시작했을 때 그는 ‘아메리칸드림’을 꿈꿨다. 독재자 밑에서 성장해 가족을 꾸리고 싶지 않았고, 모든 부분에서의 자유를 갈망했다.

노금석은 탈출을 결심한 뒤 당시 최신 비행기인 ‘미그15기’를 몰고 남쪽으로 향했다. 이렇게 미국은 미그15기를 손에 넣었고 그는 10만달러의 포상금을 받은 뒤 미국으로 귀화했다. 이 사건은 김일성이 분노하며 군 지휘관들을 숙청하는 계기가 됐다.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는
<김정은과 김여정>, 미국 뉴욕타임스 특파원이었던 블레인 하든은 <위대한 독재자와 전투기 조종사>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시대는 다르지만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정권을 다루고 있는 두 책은 북한의 당시 내부 상황과 정보, 역사를 충실히 되돌아보고 있다.마키노는 한국, 미국, 일본 등 폭넓은 취재를 통해 김정은 정권에 더 깊숙이 다가갔다. 김여정의 지위, 김정남의 죽음, 핵과 미사일 등 겉으로 드러난 내용뿐만 아니라 김정은 일가가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속내를 담았다. 특히 그는 건강이 좋지 않은 김정은이 김여정을 ‘스페어’로 보존해두고 있다고 말한다. 하든은 노금석이 직접 전해준 북한을 탈출하기까지 과정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들은 독재정권에 대한 적대감과 동시에 주민들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이들은 강조한다. “백두혈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권력이 들어서면 북한에도 비로소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