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헬스케어 계열사 베릴리, 사업 재편…"정밀의료 가속화 집중"

임상시험 효율화 및 생체표지자 발굴 등 추진
심부전 관찰 및 미세침 등 사업 중단…15% 감원
스테판 질렛 베릴리 CEO가 직원들에게 공개한 블로그 글 / 사진=베릴리 홈페이지
알파벳의 헬스케어 계열사 베릴리라이프사이언스가 사업구조를 재편한다. 일부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남은 여력을 다른 곳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밀의료'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사업을 단순화하기 위해 일부 개발 초기 단계의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알파벳은 구글의 모회사다.

주요 외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베릴리가 일부 사업을 확대 또는 축소한다고 보도했다. 스테판 질렛 베릴리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공개한 블로그 글을 인용해서다.질렛 CEO는 "오늘 베릴리가 우선순위 지정을 통한 단순화된 사업구조를 발표하는 중요한 날"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는 지난 수개월 간 진행된 작업으로, 이제 여러분과 공유하기 시작할 때"라며 "회사는 앞으로 정밀의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그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시그날패스와 테라를 통한 임상시험 가속화 사업에 집중한다"고 했다. 시그날패스는 임상시험관리시스템(CTMS) 개발 회사다. 베릴리는 양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활용해 임상시험을 효율화하겠다며 2021년 시그날패스를 인수했다. 테라는 생물의학 연구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다. 베릴리와 메사추세츠공대(MIT)의 브로드연구소, 하버드,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테라에 모인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정밀의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면역 분석(Immune Profiler)' 및 '디지털 병리학(Digital Pathology)' 사업도 이어간다. 면역 분석은 고해상도 면역 측정 및 분석 기술을 활용해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발견을 가속화하는 프로그램이다. 베릴리는 최근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본 소세이헵타레스와 G단백질연결수용체(GPCR)를 표적하는 새로운 약물 후보를 찾고 있다. 디지털병리학은 컴퓨터 영상 분석 등을 이용해 병변을 검출하거나 질병 유무를 진단하는 기술이다. 베릴리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미국 의료기기 기업 루미아의 디지털병리학 플랫폼을 결합해 전립선암 진단 및 치료 예후 예측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작년 초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진단 속도 및 치료 효율을 높여주는 제품도 꾸준히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당뇨병성망막병증(DR) 진단 AI 기반 솔루션 '베릴리 렌탈 서비스'도 포함된다. 조기 진단을 통해 질병의 중증화를 예방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중단하는 사업도 있다.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베릴리 밸류 수트(Verily Value Suite)'다. 의료시스템 및 재무의 효율화를 돕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심부전 환자 원격 관찰(모니터링) 사업 및 약물전달 미세침(마이크로니들) 사업도 이어가지 않는다. 이들 모두 아직 초기 단계였다.구조조정도 단행한다. 전직원의 15%로, 약 240명이다. 알파벳 소유의 생명과학기업 빕스가 주 대상이다. 이번에 폐지키로 한 사업 대부분을 빕스가 담당해왔다. 질렛 CEO는 "빕스의 핵심 사업 중 일부는 다른 부서에 통합될 것"이라며 "직원 일부도 다른 팀에 재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우리를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원들도 일부 퇴사하거나 자리를 옮긴다. 조르디 파라몬 디바이스사업부 사장은 연말 그만둘 예정이다.

질렛 CEO는 "현재 회사의 가장 시급한 우선 순위는 빕스의 전환을 돕도록 지원하는 일"이라며 "퇴직 및 전직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작업은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