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긴 싫은데 맥주가 당긴다면…" 4년 만에 3배 커진 시장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사진 픽사베이
알코올 빠진 맥주가 시장에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 '분위기는 내고 싶지만 취하고 싶지는 않은' 수요가 늘어나면서 무알코올 맥주 제품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지난 2017년 출시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에 이은 두 번째 '알코올 없는' 맥주 제품을 올해 안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올 상반기를 목표로 신규 논알코올 맥주 출시를 준비 중이다. 탄산음료에 맥주의 맛과 향을 입힌 기존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와 달리 신제품은 맥주와 동일한 발효 과정을 거치되, 마지막에 알코올을 제거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기존 제품보다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지만, 알코올 도수가 완전 '제로'는 아니다. 국내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이면 주류가 아닌 음료다. 알코올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 알코올이 들어있지만 1% 미만이면 '논알코올'로 세부 분류된다. 기존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가 무알코올이라면, 신제품은 논알코올 음료다.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주류 업체들이 무알코올 라인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무알코올(논알코올 포함) 맥주 시장 규모는 판매량을 기준으로 총 1510만 리터다. 4년 전인 2017년 수치(520만 리터)의 3배다. 전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0.3%에서 0.7%로 껑충 뛰었다.

아직 데이터를 집계 중이지만, 지난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1650만 리터(0.8%)로 추정된다. 올해는 1770만 리터(0.8%), 2024년은 1860만 리터(0.8%), 2025년에는 1970만 리터(0.9%)에 이른다고 유로모니터 측은 예상했다. 이 같은 상승 추이를 볼 때, 수년 내 무알코올 맥주가 전체 맥주 시장의 1%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이트제로
국내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처음 출시한 회사는 하이트진로음료다. 2012년 탄산음료에 맥주 향과 맛을 첨가한 무알코올 맥주인 '하이트제로'를 내놨다. 이후 2017년 롯데칠성음료가 무알코올인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출시하며 하이트제로와 시장을 양분했다.

뒤이어 시장에 뛰어든 오비맥주는 논알코올 맥주 '카스제로'로 출사표를 냈다. 카스제로는 맥주에서 알코올을 걸러낸 제품이라 도수가 0.05% 미만이다. 오비맥주는 자사 수입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 호가든에서도 '버드와이저 제로', '호가든 제로', '호가든 프룻브루' 등 논알코올 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했다.
카스제로
올해 신제품 출시를 앞둔 롯데칠성음료 외의 다른 주류 업체들도 무·논알코올 제품 라인업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당장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제품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급성장했다. 팬데믹 이후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확산한 데 더해 '홈술'과 '혼술' 트렌드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술은 즐기고 싶지만 취하고 싶지는 않은 소비자들이 무알코올 맥주를 선택한 것이다. 또 무알코올 맥주는 일반 맥주 등과 달리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우리보다 주류 시장의 흐름이 빠른 일본에서도 무알코올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중이다. 일본의 주류 제조업체 산토리가 지난해 발표한 '산토리 무알코올 음료 리포트'를 보면 일본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2015년 이후 8년 연속 성장하고 있다. 2022년 무알코올 음료 시장 규모는 4171만 케이스(330mLx24병)로 추정되는데, 이는 2021년의 104% 수준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