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의 시작은 네이밍…브랜딩의 끝은?

한경 CMO Insight

마케터를 위한 신간 서적 저자 기고
■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홍성태
사진제공 = 북스톤
잠시 눈을 감고 히말라야 산꼭대기를 떠올려보자. 눈앞에 무엇이 보이는지 상상되는가. 대개는 하얀 눈이 덮인 뾰족한 산봉우리들, 살을 에는 듯한 찬 바람, 티 없이 맑은 하늘을 떠올릴 것이다.이번에는 해저 2만 리로 내려가보자. 무섭도록 고요하고 깜깜한 곳 아닐까. 생명체라곤 없을 것 같은데 괴상한 눈을 가진 물고기가 다가올 수도 있을 테다.

이제 사막 한가운데로 가보면 어떠한가. 태양이 이글거리며 내리쪼이는 광활하고 메마른 모래땅, 뜨겁고 목마른데 코앞에는 전갈이 기어다니는 곳이 떠오를 것이다. 히말라야도 해저2만리도 사막 한가운데도 손에 잡힐 듯 상상되는 느낌이다. 자,이제 눈을 떠보자.

그런데 사실 히말라야에 가본 적이 없어도, 바닷속 2만 리 아래로 내려가본 적이 없어도, 사막 한가운데에 가본 적도 없어도, 우리는 모두 그곳이 어떠한지를 상상할 수 있다.상상이라 해도 우리 머릿속에서 나왔으니 스스로의 생각이라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누군가가 우리의 머릿속에 심어준 게 대부분이다. 사진이나 영화로 보았거나, 누가 말해줬거나, 책에서 읽었거나.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남이 심어준 이미지나 지식을 내 생각이라 여기는 것이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든 걸 다 경험하고 살 수는 없는 법. 남이 준 걸 씨앗 삼아 우리의 생각을 키워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머릿속에 생각의 씨앗을 심는 것을 한 단어로 ‘인셉션(inception)’이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브랜딩이란 브랜드의 의미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넣어 인셉션해서 고착개념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오리온 초코파이’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묻는다면, 대개는 정(情)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초코파이가 왜 정인가? 사실 아무 상관도 없는데, 그렇게 인셉션되었기에 오리온 초코파이를 보면 ‘정’이 생각나는 것이다.마케터가 할 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이것이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의미를 인셉션하여 고착개념화하는 것. ‘고착개념’은 브랜딩에서 정말 중요하다. 우리가 태어나서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까지 지식으로든 경험으로든 체득되어 우리 생각으로 내재화된 개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고정관념’이란 말을 더 많이 쓰지만 브랜딩에서는 ‘관념’보다는 ‘개념’이란 의미가 더 명확해서 고착개념이라 쓴다. 물론 고착개념과 고정관념이 적절히 혼용되어 쓰이지만 말이다.

마케팅에서 ‘고착개념화’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더 이상 브랜드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자동으로 구매하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커피 생각이 나면 고민하지 않고 그냥 자동적으로 ‘스타벅스’에 가는 것처럼.‘풀무원’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뭔가 신선하고 산뜻한 느낌이 드니까 고심하지 않고 풀무원 제품을 산다. ‘아이폰’이 새로 나왔다고 하면 누가 써보고 좋다 나쁘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먼저 사겠다고 밤새워 줄을 선다.

고착개념으로 잠금효과(lock-in effect)가 생기면, 우리는 조금 불편하거나 비싸도 그냥 그 브랜드를 사게 된다. 설령 구매 후에 마음속에 갈등, 즉 인지부조화가 다소 생기더라도 오히려 그 브랜드가 좋은 이유를 본인에게 설득시키려 한다. 불편한 점이 생겨도 간과하려 들고, 선택한 브랜드의 좋은 점을 더 크게 보려 한다. 이런 상태를 만드는 게 마케터의 꿈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브랜딩의 시작이 네이밍, 이름 짓기라면 브랜딩의 끝은 무엇이겠는가? 그렇다, 바로 고착개념화하는 것이다. 브랜딩을 잘하려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착개념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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