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도 감탄한 '빙수' 먹어보니…"감쪽같이 속을 뻔" [조아라의 IT's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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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3에 참석해 SK그룹 부스를 방문 후 외부에 마련된 SK푸드트럭에서 SK의 협력회사인 퍼펙트데이의 아이스크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 제공
"5달러라고? 맛있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6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앙 광장에서 운영 중인 SK 푸드트럭에 들러 팥빙수를 맛본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 참석했다. 이날 SK그룹관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업관을 관람하며 친환경솔루션 등 첨단 기술 트렌드를 살펴본 최 회장은 행사장 밖으로 나와 300m 떨어진 푸드트럭에 '깜짝 방문'했다.

최태원 "한국엔 수입 안하나" 말한 간식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가 운영하는 SK 푸드트럭을 방문해 대체 유단백질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김익환 기자
LVCC 광장에 마련된 SK 푸드트럭에서는 SK㈜가 투자한 미국 푸드테크 기업 퍼펙트데이가 대체 유(乳)단백질로 만든 'SK빙수(Sustainable Korea 빙수)'와 네이처스파인드(Nature's Fynd)의 대체 단백질 크림치즈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먹거리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대체식품 분야는 이제 국내에서 본격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라 대중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최 회장은 이날 대체 유단백질로 만든 팥빙수와 크림치즈 등을 직접 시식하며 제품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는 수입 안 하나"라고 물었다. 관계자가 1년~1년 반 정도 걸릴 것이라고 답하자 "그렇게 오래 걸리나. 법 완비가 안 됐구나"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장에서 금세 한 컵을 다 비우고 "말해주지 않으면 (대체유로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며 호평했다.이 부스는 행사기간 'CES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서 사흘 만에 당초 준비한 1만2000명분이 모두 동나 3000인분이 긴급 공수되기도 했다.

인공 단백질 '팥빙수·크림치즈' 실제 맛은

대체 유단백질은 우유와 비슷한 질감과 맛을 낸다. 맛은 일반 우유와 비슷하면서도 유당 불내증(유당 소화·흡수 불량 증후군) 있는 사람이 먹을 수 있고,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최 회장의 말처럼 대체 유단백질은 진짜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맛을 내는지 궁금해 직접 시식해 봤다. 먼저 대체 단백질로 만든 '크림치즈'를 받아들고 먹어봤다. 외관은 진짜 원유로 만든 크림치즈처럼 꾸덕꾸덕한 제형이었다. 크림치즈와 함께 곁들어 나온 바삭한 건빵으로 크림치즈를 퍼 먹으니 유제품을 먹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맛이 아주 옅게 느껴졌다. 중간중간 새콤한 맛도 있었다. 숙성된 깊은 치즈의 맛보다는 상큼한 크림치즈 맛이 강했다. 짭조롬하고 새콤해 느끼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대체 유단백질로 만든 우유 팥빙수도 먹어봤다. 우유가 아닌 대체 유단백질을 얼린 뒤 갈아 만들었다. 제공된 우유 팥빙수는 팥과 콩고물, 떡 등이 빙수 위에 얹어져 있어 국내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 팥빙수 모양이었다. 빙질 구현은 국내 카페에서 판매하는 '눈꽃 빙수'와 비슷했다. 먹어보니 우유의 고소한 맛은 다소 덜했지만, 사전에 대체 유단백질로 만들어졌다는 걸 모르면 감쪽같이 속을 맛이었다.

현장에 있던 SK 관계자는 "지속가능식품을 어떤 콘셉트로 선보일까 고민하다가 K푸드 '팥빙수'를 내놓게 됐다"며 "빙수 용기와 수저, 포크 모두 땅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SK가 CES 2023서 'K 팥빙수' 선보인 이유

CES는 매년 1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 통신 기술(ICT) 융합 전시회다. SK는 '탄소감축 행동'을 주제로 8개 계열사와 미국 소재 10개 파트너 사와 함께 40여개의 친환경 기술·제품을 선보였다. SK가 운영하는 푸드트럭은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식품'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속가능식품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와 지속가능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주목받는 분야다. 식품 생산·유통·소비 등 여러 영역에서 환경과 건강, 개인 맞춤형 소비 등이 선호되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식품 산업에도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푸드테크' 산업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2017년 27조원에서 2020년 61조원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31.4%에 달한다. 정부는 향후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2개인 푸드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2027년까지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SK는 대체식품 분야에 관심을 보이며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퍼펙트데이에 약 12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매일유업과 미국 퍼펙트데이 간 3자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퍼펙트데이가 생산하는 원료를 한국에 들여와 매일유업이 완제품 생산·유통·판매 등을 맡는 형태로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SK푸드트럭에서 제공했던 대체 유단백질로 만든 빙수와 크림치즈. 사진=조아라 기자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