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기밀문건 유출 의혹에 사면초가…美 법무부, 특검 임명

기밀 유출 조사 특검으로 한국계 로버트 허 임명
지난 11월 이어 지난달에도 기밀 유출 발견돼
백악관 대변인 "대통령은 문건 존재 자체를 몰랐다"
공화당은 의회 조사 촉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밀 유출 혐의로 정치 위기에 직면했다. 부통령 재임 시절 작성된 기밀 문건이 개인 사무실과 사저에서 잇따라 발견되자 미 법무부는 이 사건을 담당할 특별검사를 임명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혐의와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로버트 허 전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을 특별검사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계인 허 검사는 트럼프 정부에서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으로 있으면서 강력 범죄와 부패 사건의 처리를 주도했던 인물이다.법무부가 특검 체제를 가동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2024년 재선 도전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기밀 유출 사건을 앞서 담당했던 존 라우시 주니어 시카고 연방검사는 다음 달 사퇴하기로 했다. 사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사건 시작은 미 중간선거 6일 전인 11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들은 워싱턴에 있는 펜 바이든 외교·글로벌참여센터의 사무실에서 기밀 문서 약 10건을 발견해 이를 미 국가기록원에 보고했다. CNN에 따르면 이 문서들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시기 부통령을 지냈던 2013~2016년에 작성됐던 우크라이나·이란·영국 관련 보고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택 차고에서도 기밀 문서가 발견돼자 바이든 측 변호사는 이를 법무부에 통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밀 유출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월 발견된 기밀 문서에 대해 “사무실로 가져간 정부 문서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10일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바이든 대통령은 문건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이 언급한 대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특검 조사에 응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장피에르 대변인은 “가설을 둘 생각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공화당은 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간선거를 의식해 백악관이 유출 사실을 은폐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백악관이 기밀 유출을 처음 인지한 시점은 중간선거 전이었지만 이 사실을 공표한 건 지난 9일 CBS의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여서다. 12일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은 “의회가 조사해야 한다”며 “특검이 필요하진 않겠지만 의회가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